머리말
나의 책 "시간을 친구 삼아"(Befriending Time)는 출간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하는 내내, 스스로에게 되묻던 질문이 있다.
과연 이 책이 10년 후에도 독자들에게 유용할 것인가?
내가 쓴 책들은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에 가깝다. 내 책들이 시간이 흘러도 널리 읽히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내가 전하는 메시지가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치명적이고, 효과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치명적이고, 효과적인 글을 오랫동안 써오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 하나를 해결해 버리면, 숱한 다른 문제들로부터 곧장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살면서 생기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초장에 해결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애초에 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면, 이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숱한 문제들로부터 많은 부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중대한 결정의 순간, 우리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하곤 한다. 예를 들어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를 정할 때, "나의 배우자가 될 저 사람이 과연 합리적인 사람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지도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의 결혼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이 무엇인지는 고려하지 않고, 대상의 외모, 학력, 배경에나 지대한 관심을 쏟는 일이 다반사다. 물론,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그 자신이 합리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애석한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채 평생을 살아간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결과, 문제는 끝내 싹을 틔워 아래로는 깊은 뿌리를 내리고, 위로는 높은 나무를 키워 올려 무수한 새로운 문제를 양산한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상황이다. 땅 위로 솟은 "문제의 나무"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처음부터 옳은 의사 결정을 했으면 생기지도 않았을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나무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은 문제의 근원이 나무 뿌리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흔하지만 놀라운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성공"이란 것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오해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종착점으로 착각하는데, 이 착각으로 인해 애초에 성공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성공은 그것이 종착점으로 여겨지는 한 성취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마지막 목표란 언제나 우리의 비현실적인 희망과 몽상으로 덧씌워지기 마련이며, 그럴수록 그 실현 가능성은 낮아진다. 운이 억세게 좋아서 이를 이룬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목표 실현 과정에서 그는 정상인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성공에 뒤따르는 광기는 성공을 종착점으로만 여겨온 그릇된 믿음의 결과이다.
사실 성공이란 새로운 시작이다. 사업을 시작한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유치하는 매 순간이 새로운 시작이다. 상장의 순간 또한 새로운 시작이다. 꾸준한 지원과 돌봄 없이 사업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가장 비극적인 실패는 언제나 시작점을 종착점으로 착각할 때 찾아온다.
투자 역시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의사 결정 행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투자 시장이라는 전쟁터는 1과 0이라는 두 극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1은 대박을 친 경우이겠고, 중박, 혹은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그저그런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는 잘해야 0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대개의 사람들이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리하여, 투자라는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무엇일까? 바로 "장기(Long-term)"이다. 투자의 세계에는 다른 분야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기꾼들이 판을 친다. 왜냐고? 장기라는 핵심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결국 "문제의 나무"와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이 나무의 이파리 하나 하나가, 가지 하나 하나가 해결해야 할, 고민해야 할 문제로 여겨진다. 나무가 땅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저 자신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한다. 사실 이 나무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나무인데도 말이다.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놓여있으며, 이 간극을 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장기적 실천이다. 장기간에 걸쳐 특정 자산에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적립식 투자는 투자를 실천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하지만 단순하다는 것이 꼭 쉽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아름다운 사이렌들이 사는 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항해사들은 사이렌들의 빼어난 외모와 목소리에 홀려 좌초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두 명의 영웅만큼은 그곳을 무사히 빠져나왔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오르페우스다. 오르페우스는 사이렌의 목소리를 자신의 매혹적인 리라 연주로 덮어 버렸다. 두 번째 영웅은 오디세우스이다. 그는 밀랍을 동료 선원들의 귀에 부어 넣고, 그 자신은 사이렌의 노래를 들으면서도 그 유혹에는 말려들지 않도록 선원들에게 자신을 배의 돛대에 묶으라 명령해 곤경에서 벗어난다.
적립식 투자는 그 자체로 옳은 전략이지만, 투자 종목을 정하는 일은 개별 투자자의 몫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나 자신이 어디에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차근차근 밝혀 독자들의 투자 결정을 돕고자 한다. 운명을 바꾸는 적립식 투자는 오픈소스 도서일 뿐 아니라, 내가 직접 설계한, 관리 수수료나 로드 수수료가 없는 최초의 디지털 자산 ETF인 BOX와도 연동되어 있다. 적립식 투자는 단순하지만 꼭 쉽지만은 않다. 이것은 사이렌의 섬을 지나는 배의 경우와 유사하다. BOX는 배고, 나와 함께 BOX에 투자하는 모두는 이 배에 탄 선원들이며, 이들은 밀랍으로 자신의 귀를 채워 넣어야 한다. 밀랍으로 귀를 채워 넣는 행위는, 이 책과 나의 강연을 통해 적립식 투자 전략을 배우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나는 돛대에 몸이 묶인 오디세우스가 아닐까 싶다. 관리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내가 돈을 버는 방법은 이 배에 탄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BOX에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초장에 해결함으로써, 이 문제가 우리의 골머리를 썩히는 문제의 나무로 자라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지혜일지도 모른다. 독자들은 이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적립식 투자 전략이라는 것이 실은 투자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공부, 일, 개인 관계를 포함한 삶 대부분의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전략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영역들은 모두 적립식 투자 전략이 초장부터 적용되어야 하는 영역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이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