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적립식 투자
투자는 어렵지만, 투자로 성공하는 것은 더 어렵다. 하지만 그 어떤 어려운 일에도 모두가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치명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이 존재한다.
1.1 전략과 결과
적립식 투자는 꽤 단순한 개념이다.
장기간에 걸쳐 정기적으로 정해진 금액을 특정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예컨대, 향후 5년에서 10년간(장기간에 걸쳐) 매주(정기적으로) $200(정해진 금액을)를 BOX(특정 상품에)에 투자한다고 해 보자. 물론 BOX 대신 애플, 마오타이, 코카콜라, S&P 500 인덱스 펀드와 같은 투자 가치가 충분한 다른 상품을 선택해도 좋다.
과연 이렇게 간단한 전략이 정말로 효과적일 수 있을까? 숫자를 한번 살펴보자.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S&P 500에 2007년 10월 8일부터 투자를 시작했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대로라면 이 시점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투자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에 들어서면서 곧바로 경제 위기가 닥치고, 주식 시장이 붕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그날부터 시작해 $1,000를 매주 투자한다면…

결과는 어떨까? 2007년 10월 8일의 시점에서는 이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10년도 더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투자가 크게 성공했음을 뚜렷이 알 수 있다. 시장은 683에서 저점을 찍었지만, 이 낮은 가격에서도 우리는 투자를 이어나갔다. 이후, 시장은 회복되었고 2019년 10월 시점에 S&P 500은 $2,960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 설명에는 중요한 디테일이 생략되어 있다. 아래의 차트에는 총 자산 가치(붉은 선)와 총 투자액(푸른 선)이 나타난다.

총 자산 가치가 총 투자액을 밑도는 구간이 있지만, 2009년 말에 접어들면서 붉은 선은 푸른 선을 상회하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주: 이 차트에 사용된 데이터의 출처는 Yahoo Finance(^GSPC)이며, 차트는 Google Sheets로 작성하였다. 이 차트와 데이터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적인 포인트는 투자를 시작한 시점이 시장 상황이 가장 나빴던 시점이라는 것이다. 2007년 10월 8일에 $1,561을 기록했던 S&P 500은 2013년 3월 25일까지 이 가격을 회복하지 못한다.

하지만 차트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붉은 선이 푸른 선을 따라잡는 해가 2009년임을 볼 수 있다. S&P 500이 고점을 회복하기까지 장장 286주가 소요된 반면, 적립식 투자의 긍정적인 결실은 불과 111주째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 이익을 보기 시작한 시점까지도 S&P 500은 고점 기준 30%의 가격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S&P 500이 286주 후 마지막 고점을 회복한 시점에, 적립식 투자는 이미 *32.64%*에 달하는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보다도 더 충격적인 결과를 살펴보자. 비트코인이 $19,800로 사상 최고가를 달성한 2017년 겨울부터 비트코인에 적립식 투자를 시작했다고 가정해 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격이 폭락한 비트코인은 아직까지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래의 차트는 2017년 12월 11일부터 비트코인에 적립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가정 하에 87주가 지날 때 까지의 경과를 보여주고 있다.

주: 이 차트에 사용된 데이터의 출처는 Yahoo Finance(Bitcoin USD)이며, 차트는 Google Sheets로 작성하였다. 이 차트와 데이터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악의 시점에 투자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USD 기준으로 투자에서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붉은 선(자산의 USD 환산 가치)이 푸른 선(USD 기준 투자액)을 추월하는 것은 2019년 5월 6일이다. 매주 8,700이지만, 투자를 통해 보유 중인 비트코인의 가치는 $16,417에 달해 총 **88.71%**의 수익율을 달성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고점 기준 62.85%의 가격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첫 눈에는 어리둥절할 수 있다.
시장 붕괴 직전 최악의 시점에 투자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적립식 투자 전략을 이행한다면 시장이 회복되기도 전에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적립식 투자의 추종자들 중 일부는 적립식 투자가 평균 비용을 효과적으로 경감시켜준다고 믿는데, 이는 부분적으로만 옳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적립식 투자는 평균 비용을 증가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사실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이들은 잘못된 추론을 근거로 옳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오류에 기반한 운영 시스템이 얼마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겠는가?
적립식 투자가 효과적인 이유는, 이것이 다음의 자명한 시장의 진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하락장은 상승장보다 훨씬 길다.
예컨대 블록체인 시장에서 상승장은 지난 1000일 중 150일에 채 못 미친다. 이는 S&P 500,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할 것 없이 모든 종목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락장은 언제나 매우 길며, 이에 반해 상승장은 언제나 턱없이 짧다. 이것이 우리가 상승장을 버블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20세기 말 모두가 경험했던 닷컴 버블처럼 말이다.
이 핵심 포인트가 이해되었다면, 다음의 사실도 머지않아 깨달을 수 있다.
적립식 투자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수익은 하락장에서 발생한다!
대개의 투자자들이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며, 이것이 바로 이들의 투자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기적인 상승장에서 단번에 많은 돈을 벌기만을 원하는데, 이는 실로 우울한 현상이다. 상승장에서 시장에 진입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결국 빈털터리가 되고 만다. 그들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짧았던 상승장은 끝나고 기나긴 하락장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적립식 투자자들은 하락장을 통해 천천히 수익을 축적해 간다.
적립식 투자 전략은 비단 투자 시장만이 아니라 학업, 일, 가족 관계 등을 비롯한 모든 중요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전략이다. "평생 학습"도 사실 적립식 투자 전략이다. 실로 그렇지 않은가? 개인의 학습 곡선을 "가격 곡선"처럼 표현한다면 S&P 500의 가격 곡선과 비슷한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상승폭이 크지만, 미시적으로 들여다 보면 그 사이엔 성장이 멈추거나 가격이 떨어지는 구간이 더 많을 것이다. 무언가를 새로 배우며 거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더러는 내가 이 일을 왜 벌였을까 하는 후회감이 밀려들 때가 있다. 하지만 원래 긴 것이 "하락장"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평생을 배우는 사람이 드문 것도 이 때문이다. 왜냐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짧은 상승장에서 빨리 돈을 벌고 손을 털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제프 베조스가 워렌 버핏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당신의 투자 철학은 단순하기 그지없는데, 왜 아무도 당신을 따라하는 사람이 없을까요?" 여기에 대한 워렌 버핏의 대답이 가관이다.
"천천히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죠."
버핏의 투자 전략의 핵심은 장기적으로 자산을 홀딩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제일 선호하는 홀딩 기간은 '영원히'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적립식 투자 전략이 먹힐 수 밖에 없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이것이 장기 홀딩 전략의 가장 이상적인 버전이기 때문이다. 버핏 마저도 타겟 종목을 한 번에 사들이는 일은 좀처럼 없다. 목표한 지점까지 시간을 충분히 들이며 다가갈 뿐이다. 적립식 투자 전략을 실천하는 사람들 역시, 긴 시간에 걸쳐 정기적으로 종목을 매수하며 이 기간 내내 자산을 홀딩한다.
1.2. 얼마나 길어야 "장기적"인 것일까?
적립식 투자 전략의 핵심은 장기적 홀딩이다. 더 긴 시간 자산을 홀딩할 수록, 수익이 발생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더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서는 중요한 질문 하나를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한다.
얼마나 길어야 "장기적"인 것인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할 수 없다면 "장기"란 개념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한 개념은 유용성을 가지기 어렵다. 나중에 우리가 여러 개념을 조합하여 사용할 것이란 사실만 고려하더라도,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개념 여럿을 혼용하다보면 의사 판단의 정밀도가 크게 훼손될 것이다. 100%에 80%를 다섯 번만 곱해도 33%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다양한 개념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개념들이 궁극적으로 유용할 수 있으려면, 우린 이 개념들 하나 하나를 명확하고 엄밀하게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남들에 비해 "장기"라는 개념을 아주 분명하고 정확하게 정의하는 편이다.
**두 번의 시장 주기(market cycle)**가 지난 이후부터가 장기이다.
장기라는 개념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정의하고 나니, 이제는 "시장 주기"라는 개념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생긴다. 시장 주기란 무엇인가? 비트코인 가격 차트를 사용해 이를 살펴 보자.

한 번의 시장 주기는 가격 하락 시기(B 시기)와 가격 상승 시기(A 시기)로 이루어진다. 이 차트에는 2013년 12월에 B 시기가 시작되고, 비트코인의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도달한 2017년 12월에 A 시기가 끝나는 한 번의 시장 주기가 나타나 있다.
시장 주기의 시작 지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이를 사후적(事後的)으로만 알 수 있다. 단기적인 가격의 상승과 하락은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주어진 기간 내에서 해당 가격이 고점을 달성한 건지, 저점을 찍은 건지 우리는 알 도리가 없다. 결단을 내리기에 앞서 고점과 저점을 식별하기 위해서 얼마나 긴 시간이 흘러야 하는지 역시 알 수 없다. 다만 단타 매매가 소용 없을 만큼 긴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비트코인 시장에서 내가 직접 경험한 세 번의 시장 주기를 동일한 차트에 표시해 보았다. 첫 번째 시장 주기는 2011년 6월 8일 266에서 끝난다. 두 번째 시장 주기는 첫 번째 시장 주기가 끝난 시점에서 시작해 2013년 12월 19일 19,800에서 끝난다. 2011년 6월 19,800를 달성한 시기를 지나서도 홀딩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홀딩을 계속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내가 경험한 시장 주기는 3번 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이 차트에는 세심히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 여럿 있다. 예컨대, 앞에서도 말한 바 하락장이 상승장보다 훨씬 길다는 것을 이 차트에서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왜 하필 두 번의 시장 주기인가? 많은 사람들이 트렌드를 잘못 읽기 때문이다. 오늘의 가격이 어제의 가격보다 높고, 어제의 가격이 엊그제의 가격보다 높으면 사람들은 이를 "상승세"라고 판단하며, 이를 근거로 내일의 가격 역시 오늘의 가격보다 높을 거라고 추론한다. 하지만 트렌드라는 것은 이런 짧은 기간만을 따져봐서는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는 한 번의 시장 주기 전체를 따져봤을 때도 파악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우리는 두 번의 시장 주기는 거치고 나서야 현재의 트렌드가 상승세일 가능성이 높은지, 하락세일 가능성이 높은지 비교적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더불어, 위의 문장에서 "가능성이 높다"는 표현이 사용된 것에 유의해야 한다. 두 번의 시장 주기를 거치고 나서도 역사적 자료에 근거해 미래의 트렌드가 어떻게 될 것인지 100%의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시점(2019년 10월)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은 아직도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래에 비트코인이 과연 이 전고점을 돌파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그 누구도 100%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이를 알게 되는 것은 실제로 일이 그렇게 벌어지게 된 후에야, 다시 말해 사후적으로나 이를 알 수 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 요소로 가득하기 때문에 우리는 "가능성이 높다/낮다" 수준의 표현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투자라는 것이 흥미로워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위의 차트를 보면 2011년의 고점은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각 시기의 고점을 개별 차트 상에서 살펴보면 이들이 충격적일 정도로 유사한 곡선 형태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별 차트가 전체 차트와 꽤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다. 현재 네 번째 시장 주기를 거치는 나로서도, 그저 "가능성이 더 높음"을 근거로 하여 유사한 판단을 내리고 있을 뿐이며,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만을 근거로 앞서 내렸던 세 번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유효했던 건 순전히 내가 운이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해 보자.
- 트렌드는 단기적인 가격의 상승 및 하락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단기적인 추세로 장기적인 트렌드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하나의 시장 주기는 가격 하락 시기(B 시기)와 이를 뒤따르는 가격 상승 시기(A 시기)로 이루어진다.
- 고점을 전체 시장 주기 상 B 시기의 시작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 어디가 고점인지는 사후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다.
- 최소 두 번의 시장 주기가 지난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 우리는 기껏해야 "가능성이 높다/낮다" 수준의 표현으로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 상승 트렌드는 대개 고점 갱신으로 이어지지만, 이 고점 역시 우리는 사후적으로나 알 수 있다.
- 장기적 홀딩이란 두 번 이상의 시장 주기, 혹은 두 번 이상의 하락장과 두 번 이상의 상승장 동안 홀딩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제를 토대로 가격 차트를 들여다 본다면 이전과는 전적으로 다른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아래는 1956년과 2019년 사이의 S&P 500 가격 차트이다.

주: 이 차트에 사용된 데이터의 출처는 Yahoo Finance(^GSPC)이며, 차트는 Google Sheets로 작성하였다. 이 차트와 데이터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 원칙을 이해하면 시장 주기가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는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장 주기는 시장 참여 주체 간 협업에 의해 형성되며, 이 협업은 때로는 잘 이루어지지만 대개의 경우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 많은 시장 참여 주체들이(다른 참여 주체의 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더 빈번하게 상호작용을 할수록, 그리고 이 상호작용의 효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시장 주기 역시 점차 짧아진다. 주체 간 협업 효율이 낮을 때 발생하는 가격 동요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하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1930년대의 대공황을 극복하는 데(다시 말해, 하나의 시장 주기가 완성되는 데)에는 왜 이토록 긴 시간이 필요했으며, 1990년대 아시아발 금융 위기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작된 불황은 어째서 이토록 짧은 시간 내에 회복될 수 있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이유를 다시 쉽고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정보의 빠른 교류가 가능해지면서 전세계적 차원의 협업이 보다 용이하고 치밀해진 바, 경제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예전보다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점은 블록체인이 이토록 짧은 가격 변동 주기를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8년간 나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블록 보상 반감기인 4년을 비트코인의 시장 주기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방법이 단기적으로는 유용할 수는 있어도, 비트코인만이 가치있는 블록체인 자산이 아니게 된 이상, 블록 보상 반감기를 가격 변동 주기를 판단하는 근거로 삼자는 의견은 이제 그 의미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블록체인 자산 시장이 주식 시장보다 더 짧은 주기를 가지는 이유는 블록체인 자산 시장의 선수들이 주식 시장의 선수들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협업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거래 시장의 수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유력한 주식 시장은 손에 꼽히는 반면,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내내 끊임없이 블록체인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은 벌써 수천 개에 달하고 있다. 다시 말해 블록체인 시장에서의 협업 효율이 전통적인 주식 시장의 협엽 효율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실로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시장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의 주기는 약 10년 주기에서 시작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블록체인 시장의 주기는 애초에 이보다 짧게 시작해 마찬가지로 점점 짧아지고 있다.
내 의견으로, 장기는 두 번 이상의 시장 주기라고 명확히 정의될 수 있다. 주식 시장에서의 시장 주기 두 번은 약 10년에서 15년 정도의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블록체인 시장에서의 시장 주기 두 번은 6년에서 8년 정도이다. 둘 중 어느 쪽이 되었든 버텨볼만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가?
1.3 돈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비하는 데에만 돈을 사용한다. 슬프게도 이것이야말로 이들이 경제적 독립을 성취하지 못하는 기본적인 이유이다. 이들은 더 중요한 돈의 두번째 용도에 대해선 거의 무지하다. 바로 투자 말이다.
소비할 줄만 알지 투자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어렵다. 이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시간을 파는 방법 밖에 없으며, 시간은 알다시피 매우 한정적인 자원이다. 우리에겐 생각보다 시간이 없다.
우리가 팔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한정적인지 다음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자. 사람이 평균적으로 78년을 산다고 치면…

- 그 중 우리는 28.3년을 자는 데 쓰고,
- 10.5년을 일하는 데 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팔 수 있는 시간이다)
- 9년을 TV를 보고, 비디오 게임을 하고, 소셜 네트워크를 즐기는 데 쓴다.
- 6년을 다른 잡일을 하는 데 쓴다.
- 4년을 먹고 마시는 데 쓴다.
- 3.5년을 교육받는 데 쓴다.
- 2.5년을 몸단장하는 데 쓴다.
- 5년을 쇼핑하는 데 쓴다.
- 1.5년을 아이를 돌보는 데 쓴다.
- 1.3년을 통근하는 데 쓴다.
이 계산대로라면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원하는 데에 자유롭게 할당할 수 있는 시간은 9년에 불과하다! 우리가 실질적으로 팔 수 있는 시간은 평균 노동 시간10.5년에 이 9년을 더한 시간이다. 9년의 시간을 모두 노동하는 데 사용한다 하더라도 총 노동 시간은 두 배도 늘어나지 않으며, 우리가 평생 동안 잠들어 있는 시간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보다시피 잠처럼 비싼 게 없다!
젋었을 때엔 나 역시 남들처럼 정말 열심히 일했다.
대학을 졸업할 쯤엔 영업 일을 시작했고, 일주일 중 6일을 기차에서 쪽잠을 자며 버티던 시기도 있었다. 아침에 기차에서 내리면 적당한 곳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영업으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다시 밤 기차에 올라타 다음 도시로 향해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나를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은 내가 휴일도 없이 산다는 걸 알고 있다. 1995년, 대학을 갓 졸업한 나는 중국에 휴일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 불만이었다. 365일 중 115일이 법적 공휴일(주말 포함)이었으니 말이다! 이 말은 곧 중국인들이 1년 중 3분의 1을 쉰다는 것이고, 나는 이것이 언제나 불만이었다. 애초에 "법적" 공휴일이란 것이 기업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란 사실을 나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 한 기업이 노동자에게 추가 수당 없이 휴일에 노동을 강요하면 이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기업이 아닌 개인에 대한 이러한 법적 강제는 없다. 예컨대 "오늘은 법적 공휴일이므로, 쉬지 않는 것은 위법 행위로 간주됩니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1995년으로부터 24년이 흐른 지금, 나는 아직까지도 주말과 공휴일 없이 그날 그날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지금껏 내가 낸 책들 역시 남들은 휴가를 가 있는 구정 기간 동안 쓴 것이 대부분이다. 이 정도면 열심히 살아왔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약 10년 전, 어떤 헤어스타일을 할지 고민하는 것이 엄청난 시간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갈 때마다 대기 시간을 포함하여 한 두 시간씩을 앉은 채 써버리지 않는가. 이런 생각이 든 이후로 나는 내 머리를 직접 깎기 시작했다. $50 정도면 괜찮은 품질의 필립스 면도기를 하나 사서 여러 해 쓸 수 있고, 며칠에 한 번씩 샤워하기 전 몇 분만 들이면 3mm 스포츠 머리로 평생 헤어스타일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시간을 아끼고자 하는 내 노력이 정말 가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실제로 숫자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노력으로도 최종적으로 아낄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초라하다. 24년 간 휴일에 놀지 않음으로써 아낀 시간은 총 얼마나 될까? 휴일에 절대 쉬지 않는다 쳐도, 내가 높은 효율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중 많아야 4시간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프리랜서나 자영업 경험이 있다면 하루 중 집중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걸 알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난 24년간 휴일도 반납하고 일하면서 확보한 양질의 시간은 총 얼마나 될까?
24 x 115 x 4 = 11,040
10,000시간을 좀 웃도는 시간인데, 이를 햇수로 환산한다면?
11,040 ÷ (365 x 24) = 1.26
결과가 보이는가? 결국 이게 다 무얼 위한 노력이었단 말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엔 열심히 일하고 휴일엔 편하게 쉬는 다른 사람들보다 고작 14% 많은 노동량이다. 10년 전 내 머리는 내 손으로 깎겠다는 결단 이후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꼈을까? 머리를 한 달에 한 번씩 1.5시간을 들여 깎는다고 치면, 1년에 18시간, 10년에 180시간이다. 스스로에게 가혹할 정도로 시간 관리를 한 결과로 나는 7.5일 남짓을 아끼게 되었다! 최선을 다해 시간을 아낀 결과 남들보다 고작 0.228% 많은 시간을 확보한 셈이다!
20세기 가장 영향력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인 프랭크 H. 나이트(Frank H. Knight)가 세운 아주 유명한 가설이 있다.
개인의 재산이나 물질적 생산 능력은, 상대적 중요도 순으로 상속 받은 재산, 운, 노력에 의해 좌우된다.
물론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노력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운(혹은 상속 받은 재산)이 우리의 성공 여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우리가 팔 수 있는 시간에는 한도가 있으며, 따라서 노력이라는 것은 다른 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중요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돈을 버는 데 돈을 사용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투자의 본질은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은 쉬지 않는다. 투자 결정에 별다른 하자가 없다면, 돈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쉬지 않고 우리를 위해 일한다. 우리가 땀과 눈물을 쏟아가며 버는 돈이, 돈이 벌어들이는 돈을 당해낼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가 워렌 버핏을 존경하는 것은 대체로 다음의 사실에 기인한다.
워렌 버핏은 1930년에 태어나 만 11살 시절에 첫 주식을 샀다. 2019년 현재 시점으로 그의 투자 경력은 78년에 달한다!
78년이라니! 인간의 평균 수명은 고작 78년이고, 그 중 우리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9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버핏의 돈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쉬지 않고 78년 내내 일해왔다!
이것만 보아도 투자가 만들어낼 수 있는 차이가 얼마나 큰지 이해할 수 있다.
1.4 무엇을 가지고 적립식 투자를 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들에게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보통 다음과 같다.
내게 투자할 돈이 어딨겠어!
이것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흔한 오해이다. 돈 말고도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비-투자자뿐만 아니라 투자자 중에서도, 돈 뿐만 아니라 시간 역시 투자가 가능한 자산이란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란 것의 중요성과 영향력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워렌 버핏은 의심의 여지 없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투자가이며, 우리는 이 책을 포함한 거의 모든 투자서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의 가르침이 대체로 옳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더욱이, 그의 발언들의 정확성은 그가 여태까지 일궈낸 성공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버핏은 성공한 투자가일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타인에게 기꺼이 공유할 줄 아는 개방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는 왜 버핏이 떠먹여주는 가르침을 곧이 곧대로 따르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는 앎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의 원론적인 어려움 말고도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존재한다.
워렌 버핏에겐 자본 비용이 없다!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초창기 전환점은, 네셔널 인뎀니티 컴퍼니(National Indemnity Company)를 인수하여 보험 산업에 발을 처음 들였던 1967년이다. 직물 회사였던 버크셔를 홧김에 사들였던 버핏은 그 이후로도 직물 산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던 것을 오래도록 후회했으며, 버크셔의 경영권을 가지게 된 지 20년 가까이 지난 1985년에서야 마침내 직물 산업에서 손을 뗐다.
1967년 보험 산업에 진입한 이래로 버크셔는 마치 투자 기계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버핏은 거대한 자본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를 어떠한 비용도 없이 거의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투자자들에 비해 엄청난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버핏에 관한 책들은 그의 엄청난 수익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의 투자 원칙을 경전으로 떠받든다. 버크셔의 연례 주주 총회에서 오가는 사소한 말들도 교리처럼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버크셔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무상 자본에 의한 무기한에 걸친 투자는 나머지 99.99%의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는 꿈 같은 소리이다. 버핏이 유독 성공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자들은 다르다. 이들은 버핏만큼 많은 돈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돈 이상의 것을 장기간에 걸쳐 꾸준하게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시간 역시 투자가 가능한 자원이다.
내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른 블록체인 자산을 장기적으로 홀딩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듯 내게 별다른 "신념"이랄 게 있어서가 아니다. 신념은 논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논리에 의존할 수도 없다. 만약 신념이 논리에 의존한다면 그 신념은 언젠가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블록체인 자산을 홀딩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내 개인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이래로 시장 바깥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절대 다수의 사람은 자신이 가진 시간을 한 번만 팔 수 있다. 하지만 이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난 후, 나는 내 시간을 거듭해서 팔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책을 쓴다거나 온라인 강의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도 분명 한계는 있지만, 이를 통해 나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규모는 제한적일지언정, 비용 없이 끊임없이 흘러오는 돈으로 무기한 투자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것이 불가능했다면, 나는 투자의 세계에서 이렇다 할 만한 성취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요컨대 블록체인 자산에 대한 나의 적립식 투자는 돈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데 집중하는 모든 시간과, 이 시간을 거듭 팔아치움으로써 발생하는 지속적 수익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여 적립식 투자는 야망은 크지만 가진 자원은 많지 않은 사람에게 적합한, 아니 이러한 사람들만 실천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다.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배 지분을 사들였을 때 그는 이미 가난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네셔널 인뎀니티 컴퍼니를 인수해 보험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도, 그의 투자는 대개가 장기적 바이-앤드-홀드(buy-and-hold) 투자였다. 버핏에겐 적립식 투자 전략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니,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그는 자신의 바이-앤드-홀드 전략을 개선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투자 전략으로도 그에겐 충분했던 것이다.
다른 펀드 매니저들은 적립식 투자 전략을 따르기가 좀 더 어렵다. 왜냐하면 99.99%의 펀드 매니저(혹은 버핏을 제외한 모든 모든 사람)들의 자본에는 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이것이 10년일 수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3년, 혹은 5년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어쨌든 기한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기한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1, 혹은 0으로 이루어진 투자의 세계에서는 중박이 오히려 어렵다. 자본에 기한이 있으면 위험 부담은 1이고, 없으면 0일 뿐이다. 02나 0.8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위험을 무릅쓰고 레밍처럼 줄지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 다음으로 위험한 직업이 바로 자본의 즉시 상환을 보장하는 펀드 매니저이다.
달리 표현하면, 대부분의 "전문 투자자"들은 적립식 투자를 할 능력이 없다. 왜냐면 그들은 자신의 돈을 굴리는 것이 아니며, 그들이 굴리는 모든 돈엔 상환 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돈을 돌려줄 때가 찾아오면, 그 시점이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상관 없이 어쨌든 돈을 돌려 줘야 하는데,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어떻게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많은 사람들이 펀드의 성공이 펀드 매니저의 수완과 전략이 아니라, 펀드가 처음 조성된 타이밍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B 시기의 끝자락, 혹은 A 시기 초입에 조성되기 시작한 펀드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 동안에 이루어진 투자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시점이야 말로 투자자들이 가장 무서워하고 신중해지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시기에는 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돈을 마련하기 가장 좋은 쉬운 시점은 모두가 상승장에 취해있는 A 시기의 끝자락이다. 하지만 이 때 돈을 마련했고, 더불어 이 돈에 상환 기한이 걸려있다면, 성공은 매우 어려워진다.
같은 시간을 한 번 이상 팔 수 있게 되는 것은 개인 비즈니스 모델의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업그레이드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엔 자신만을 돌보면 되지만, 인생이 흘러감에 따라 배우자, 자녀, 부모까지도 먹여 살려야 하는 삶을 살게 되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상에 점점 가혹하게 치이게 된다. 한 개인이 이를 모두 감당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적립식 투자를 실천할 수 있는 자본은 꿈같은 소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개인 비즈니스 모델의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인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다음 세 영역에서 개인 비즈니스 모델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면 비로소 적립식 투자가 가능해진다.
- 시간을 한 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팔 수 있게 된다.
- 돈을 소비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도구로 사용한다. (즉, 투자를 시작한다.)
- 돈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투자 자원으로 활용한다.
여기서 우리는 적립식 투자 자체가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전략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1.5 적립식 투자 전략은 개선의 여지가 없는 전략이다
우리는 언제나 수중의 전략을 개선하고자 항상 골몰한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 전략에 있어서 이러한 노력은 소용이 없다.
적립식 투자 전략은 더 이상 개선될 수 없는 전략이다.
BOX 적립식 투자 실천 그룹(BOX Regular Investing Practice Group)이 처음 만들어진 2019년 7월 말부터 현재 10월 9일에 이르기까지 벌써 3261명이 그룹에 가입했다. 적립식 투자 전략의 정수를 이해한 회원들은 이제 적립식 투자의 수익이 대부분 기나긴 하락장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같은 세상을 완전히 다른 사고 방식과 관점에서 보기 시작한 셈이다. 회원들은 투자 종목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실망하거나 겁내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해당 종목을 더 싸게 살 기회가 왔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들의 의사 결정 방식은 나머지 세상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아래는 지난 몇 개월 간 BOX의 가격 추이를 나타낸 차트이다.

이 아래의 차트에는 매일 새로 시장에 유입된 BOX의 양, 즉 그 날 BOX에 투자된 금액이 추가되어 있다. 차트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 시장에 유입된 BOX의 양을 100,000으로 나누었다.

주1: 이 차트는 Google Sheets로 만들었으며, 차트와 데이터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2: 2019년 9월 2일에 새로 시장에 유입된 BOX의 양은 221,010개지만, 이 중 180,621개가 내가 산 것이므로 크게 눈 여겨 볼 필요는 없다. 적립식 투자에 도가 튼 사람으로서 나는 하루 하루의 가격 변동에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 차트를 보면 가격이 크게 하락할 때마다 새로 시장에 유입된 BOX의 양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예가 각각 214,048개, 114,240개, 114,505개의 BOX가 시장에 새로 유입된 9월 25일부터 27일까지의 3일간인데, 특히 25일에 유입된 214,048개는 평균보다 다섯 배 높은 양이다!
또한 이 데이터를 살펴 보면 사람들의 반응이 늦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1.41로 가격이 하락한 9월 22일을 포함해 , 신규 BOX 매수량은 언제나 가격 하락이 발생한 며칠이 지난 후에서야 증가했다.
나는 내 강의를 듣는 그룹 회원들에게 이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적립식 투자 전략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모두 헛수고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가격이 떨어질 때 조금이라도 더 사 놓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적립식 투자 전략이 "개선 불가능”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특정 상품의 현재가를 의사 결정의 근거로 삼는다면, 이것은 사실 사후적인 의사 결정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가격의 등락, 그러니까 의사 결정 후의 가격 등락은 의사 결정에 앞서 발생한 가격의 등락과 상관 없이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종목을 매수한 후 그 가격이 올라갈지, 내려갈지, 횡보할지 우리는 알 도리가 없다!
7월 가격 하락이 발생한 후 투자 금액을 늘린 사람들은 9월에 이르러서야 자신들의 "개선된" 전략이 결국에는 돈을 잃는 전략이라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7월에 늘린 투자 금액 덕에 평균 비용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통계적 확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의 여부야말로 의사 결정의 정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슬프게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본적인 지식조차 모르고 있고, 자신들이 겪는 실패와 곤경이 결국 자신의 무지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사실 역시 모르고 있다.
통계적 확률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통계적 확률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일주일 중 어느 날 가격이 가장 낮을 것인지 예측하는 데에 온 힘을 쏫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누군가가 차트를 만들고 파이톤까지 프로그래밍하는 수고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해 보자.
2010년 6월 17일부터 2013년 1월 2일까지 900일에 이르는 기간 동안 비트코인에 매주 적립식 투자한 결과를 350일 단위로 분석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되었다.
월요일에 투자하는 것이 다른 날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 평균적으로 1.2% 더 나은 수익률을 보장한다. 일요일엔 투자를 피하는 것이 좋은데, 일요일에 투자하는 것은 다른 날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 평균적으로 수익률이 0.8% 더 낮기 때문이다. 아마도 일요일엔 마음이 한가하여 괜시리 미래를 낙관하게 돼서 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결론이 과연 의미를 가지는가? 무작위로 발생하는 사건 간의 개별성과 독립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1984년에 작성된 한 기사에서 워렌 버핏은 우습지만 심오한 깨달음을 주는 비유를 든다.
전국 동전 던지기 대회가 열린다고 상상해 봅시다. 2억 2천5백만 미국인들이 모두 모여 내일 아침부터 1달러씩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겁니다. 해 뜰 무렵 모두가 대회장에 모여 동전의 앞면이 위로 향해 있는지 뒷면이 위로 향해있는지 맞추는 겁니다. 맞춘 사람은 못 맞춘 사람에게서 1달러를 따냅니다. 못 맞춘 사람은 탈락하고, 날이 갈수록 판돈은 점점 누적되어 갑니다. 10번째 아침, 동전이 10번째 던져진 날, 대회장에는 내기에서 10번을 내리 승리한 약 220,000명의 미국인이 모여 있습니다. 이들 각각이 현재까지 따낸 상금은 $1,000을 조금 넘습니다.
이제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묘하게 흐르기 시작합니다. 사람의 본성이 원래 그렇듯 말입니다. 평소엔 겸손한 듯 굴면서도, 칵테일 파티에서는 맘에 드는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만의 동전 던지기 기술이나, 동전 던지기의 심오한 철학 따위를 늘어놓습니다.
탈락자로부터 판돈이 원활하게 수급된다고 전제하고 10일이 더 지나면, 대회장에는 이제 20번 연속으로 내기를 이긴 215명의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이들은 1,000,000로 만든 수완가들입니다.
하지만 이쯤되면 이 승자 그룹은 맨정신이 아닐 겁니다. 이들 중 누군가는 "매일 아침 30초씩만 일해서 1달러를 백만 달러로 만들기"라는 이름의 책도 써서 팔기 시작할 겁니다. 누군가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동전 던지기 세미나를 열기도 할 겁니다. 애초에 이게 불가능한 일이었으면 215명의 승자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느냐며 고지식한 교수들과 논쟁을 벌이면서 말입니다.
통계적 확률에 대한 이해 여부는 둘째 치고, "일요일 말고 월요일에 투자할 것" 따위의 조언이 통할 확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조언이 실제로 유효한 조언이라면 모두가 이 조언을 따를 테고, 모두가 따르는 조언은 효력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