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객관성, 객관성, 객관성!
투자 성공의 열쇠는 객관성에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세계에 대한, 세상 온갖 것의 모든 측면에 대한 객관성. 객관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매 순간 우리의 감마값은 올라간다.
4.1 우린 믿을 만한 사람이 못 된다
지난 몇 년 간 심리학계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살펴보고 있노라면 절망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연구가 가리키고 있는 사실은, 인간은 믿을 만한 존재가 전혀 못 되어서 언제나 끔찍한 결정을 내리곤 한다는 것이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의 몇 년 전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손해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내가 이미 몇 번 언급한 바 있듯, 1달러를 잃는 아픔은 1달러를 얻을 때의 기쁨보다 훨씬 크며, 사물을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선택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베네데토 드 마티노(Benedetto De Martino)와 그의 동료의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실험 하나를 살펴보자. 실험의 참가자들에게는 50파운드씩이 주어졌다. 이들에게는 이 돈 중 일부를 확실하게 챙겨가는 "슈어"(sure), 돈을 모두 챙겨가거나 모두 잃는 "갬블"(gamble), 이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졌다. 반복해서 "갬블"을 선택했을 때의 평균 결과값은 "슈어"와 동일하다. 다만 실험 각 회차에서 "슈어" 선택권이 아래 중 어떤 프레임에 입각해 설명 받았느냐에 따라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 이득 프레임: 50파운드 중 20파운드를 가진다.
- 손실 프레임: 50파운드 중 30파운드를 잃는다.
이 중 어떤 프레임이 되었든 "슈어" 옵션은 20파운드를 챙겨간다는 점에서 그 결과는 동일하다. 하지만 손실 프레임 아래에서 설명을 받은 참가자들의 경우 손실 회피 기제를 자극되어, 이어지는 의사 결정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득 프레임으로 설명 받은 참가자 중 42.9%만이 "갬블" 옵션을 선택했고, 손실 프레임으로 설명 받은 참가자 중 61.6%가 "갬블" 옵션을 선택했다. "슈어" 옵션을 통해 참가자가 지킬 수 있는 돈은 둘 중 어떤 프레임 아래에서 설명을 들었든 동일하다. 유일한 차이는 이 옵션이 어떤 방식으로 설명되었느냐 뿐이다. 이 효과는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모든 참가자들에게서 나타났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사람은 두려움이 커질수록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사람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는 이유는 그들이 용감해서가 아니다! 게다가 우린 여기에서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것이 애초에 실체가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실험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실험 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타난다.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이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으나, 20%의 참가자들은 프레이밍의 효과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자신의 의사 결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고 었었지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었어요...
정말 무서운 일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어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니.
이 실험의 결과는 우리처럼 투자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공포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왜냐고? 우리는 실험에서 공짜로 주어지는 단돈 20파운드가 아니라 우리가 피땀흘려 번 돈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 당장 우리가 가진 돈 뿐이 아니라, 우리 미래의 돈과 시간 모두를 가지고 투자를 한다. 우리에게 돈, 시간, 분명한 목표 의식이 있어도, 가끔씩은 이렇게 두 눈 멀쩡히 뜬 채 재앙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보다도 더 무서운 귀신 이야기, 공포 영화는 어디에도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귀신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인공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파멸의 길을 걷는다.
이 실험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참가자들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동안,이들의 두뇌 활동을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으로 모니터하던 연구원들은 엄청난 현상을 발견한다.

이 그림은 우리가 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실험 결과, 손실 회피 기제를 통제할 수 없었던 실험 참가자들의 편도체가 극도로 활성화되었다. 편도체란 무엇인가? 뇌내 아몬드 모양의 뉴런 묶음인 편도체는 우리의 의사 결정 행위, 기억력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감정과 기분을 조절하며, 위험에 직면했을 경우 싸움이나 도망 등 위급 반응을 이끌어내는 기관이다. 편도체는 그 크기는 작지만, 감정, 그 중에서도 특히 공포를 처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커다란 공포를 느꼈던 때를 떠올려보면, 그 공포가 단순히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굉장히 육체적인 것이었음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공복감이 들고, 어딘가 몸이 불편하고,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피와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뇌가 텅 비는 느낌을 받는다. 실험 참가자들을 곤란하게 만든 것도 편도체의 이러한 위급 반응 때문이었으며, 참가자들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면서도 스스로 통제가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도 편도체 때문이었다.
더 끔찍한 사실은 우리가 변화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실수를 지적 받으면 우리는 더 고집스럽게 밀어 붙인다. 지금 이 부분을 읽는 독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거 혹시 내 이야기인가?" 그렇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이런 발견을 했다.
인간의 지성은 입장(그저 자신이 선호하는 것이 됐든, 널리 타당하게 여겨지는 것이 됐든)을 한 번 정하면, 그것을 확인하거나 뒷받침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끌어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입장이 틀렸다고 증명되는 순간에는? 나심 탈렙(Nassim Taleb)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정의하는 패배자란, 실수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고, 수치심에 그저 핑계만 늘어놓는 사람들, 자신의 실수를 새로운 정보로 받아들여 자기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The Behavioral Investor"에서 다니엘 크로스비는 비닐 봉지와 총기 규제를 사례로 이 논쟁에 끼어든다.
- 종이 봉투를 만들 때 소모되는 물이 비닐 봉지를 만들 때 필요한 물보다 세 배 많다. 종이 봉투의 재사용률은 24%에 불과하지만, 비닐 봉지의 재사용율은 67%에 달한다. 종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이 비닐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보다 70% 많다. 1파운드의 종이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는 비닐에서보다 91% 더 많다.
- 범죄 행위에서 사용되는 총기 중 98%는 도난 총기이다. 매해 100,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본인 소유의 총기 덕에 목숨을 지킨다. 총기 소지자 10명 중 9명이 총알 한 발 쏘지 않고 자기 목숨을 지킨다. 1980년 이래, 매해 총기 우발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매해 물에 빠져 죽는 사람보다 적다. 그리고 매해 총기에 숨지는 사람보다 부엌칼에 숨지는 사람이 열 배 많다.
이런 사례들만 보아도, 자신이 어느 편에 서 있느냐와 상관 없이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는지 잘 볼 수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토론이란 것이 팩트와 아무런 상관 없이도 얼마나 뜨거워질 수 있는지를 보고 놀라게 될 것이다.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팩트가 아니라 누가 이기고 지느냐이다. 팩트와 수치 자료들만으로는 한 사람의 의견을 바꿀 수 없다. 이기면 이기는대로 계속 싸우고, 지면 지는대로 계속 싸운다. 그러다 팩트를 깨닫는다고 이들이 순순히 물러설까? 절대 아니다. 사람들은 자기 의견을 뒷받침할 만한 팩트를 찾을 때까지 눈에 불을 켤 것이다.
반대 증거가 나타나면 더욱 강하게 자기 주장을 고집하는 심리적 현상을 "백파이어 효과"(the backfire effect)라 한다. 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백파이어 효과는 반대 증거가 모호할수록 더 커진다고 한다. Y2K 버그로 인한 세계 멸망을 말하던 사람들 중에서도, 평소와 크게 다를 것도 없었던 2000년 1월 1일 하루를 보내며 "이런, 내가 틀린 모양이군. 아무래도 세계는 멸망하지 않을 모양이야"라고 생각하는 대신, "세계가 정확히 2000년에 멸망하지는 않는 모양이야", 혹은 "아마 우리의 신심이 부족해서 멸망이 미뤄진 모양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러한 백파이어 효과의 특성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 바로 투자이다. 이것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예측이 자꾸만 빗나가는 투자계의 예언가들일 것이다. 투자의 세계에 편재하는 불확실성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예측이 몇 번이 빗나가든 반성의 기미를 보이긴 커녕 이런 큰소리를 치고 다닌다. "두고 봐! 언젠가는 내 말이 맞았다는 게 드러날 거야!"
우리는 다양한 방면으로 믿을 수 없는 존재이다. 다니엘 카네만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행동주의 경제학을 탐구하기 시작한 1972년이래, 지금은 행동주의 심리학은 물론 행동주의 재정학까지 등장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130가지가 넘는 인지적 편향이 밝혀졌고(이 중 대부분을 이 위키피디아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종류가 밝혀지리라 나는 확신한다.
우리의 자만, 자아상을 지키려는 시도, 우리가 사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 기분, 부족한 휴식, 혈당 수치의 변화, 그리고 심지어는 일조량까지, 온갖 것들이 우리를 실수로 이끈다. 더 나아가 리스크에 대한, 손실과 이득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언제나 부정확하고 왜곡되어 있다. 정보의 부족과 과잉 모두 우리를 실수로 이끈다. 이 목록엔 끝이 없다. 더 끔찍한 사실은, 자신의 편향성이나 편견에 대해서 스스로 인지하고 있더라도 스스로 통제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 우리가 틀렸다는 것이 분명해질수록 우리는 주장을 더더욱 꺾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얼마나 믿을 만한 존재가 못 되는지 보이는가?
4.2 스스로의 적이 되지 말지어다
스스로를 믿어선 안 되는 이유가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떠오르는 옛 격언이 있다.
내가 나 자신의 가장 강력한 적이다.
이 말을 절대 믿어선 안 된다! 이 말은 부분적으로만 옳을 뿐더러, 그 누구에게도 유용한 지침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어떻게하면 나 자신을 이겨낼지 하루 종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자신을 적으로 대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행복으로부터 멀어진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 점을 잘 생각해 보면, 소정의 목표를 달성하자마자 성장을 멈춰버리는 사람들이 왜 생기는지 알 수 있다.
나는 플라톤의 마차 비유를 좋아한다. 이 비유에서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이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시체 해부가 사술로 여겨지던 2000년 당시, 지금의 우리로선 상식에 해당하는 뇌과학 지식을 플라톤이 알고 있었을 리 만무하지만, 오늘날 흔히 파충류 두뇌, 원숭이 두뇌, 인간 두뇌로 일컬어지는 우리 두뇌의 세 층위를 각각 플라톤의 마차 비유에 연결지어보자.

우리 두뇌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 파충류 두뇌는 직관을 담당한다. 중간에 자리한 원숭이 두뇌는 감정을 담당한다. 그리고 가장 바깥의 인간 두뇌는 논리와 추론을 담당한다. 이 인간 두뇌, 즉 포유류 신피질(Neomammalian cortex)의 진화를 바탕으로 인간의 문명이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간과 다른 포유류 동물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포유류 신피질의 존재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전 장에서 언급한 실험 참가자들은 인간 두뇌를 사용해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들을 이해하고자 했으나, 행동을 시작하자마자 원숭이 두뇌 층위에서 손실 회피 기재가 작동했다. 하지만 여기서 손실을 나쁜 것으로 여기는, 항상 옳지만은 않은 직관은 파충류 뇌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실험 참가자들이 스스로를 통제 못한 것은 이들의 원숭이 두뇌와 파충류 두뇌가 인간 두뇌보다 빠르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즉각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한 순간 가장 먼저 손을 드는 쪽은 원숭이 두뇌, 혹은 파충류 두뇌이다. 인간 두뇌가 상황 판단을 마쳤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일단 눈을 꾹 감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 일상에서 평정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인 것도 바로 이런 점에서다.
2000년 전 플라톤의 비유는 현대의 과학자들이 인간의 두뇌를 면밀한 관찰한 끝에 내린 결론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이를 한 번 살펴보자.
| 뇌 부위 명칭 | 속칭 | 플라톤의 비유 |
|---|---|---|
| 대뇌피질 | 인간 두뇌 | 마부 |
| 대뇌변연계 | 원숭이 두뇌 | 하얀 말 |
| 뇌간 | 파충류 두뇌 | 검은 말 |
나는 "인간, 원숭이, 파충류"보다 플라톤의 비유를 훨씬 좋아하는데, 그가 말하는 마부, 흰 말, 검은 말, 마차가 훨씬 통합적인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마차는 우리의 몸에 해당하며, 마부와 흰 말과 검은 말은 우리 두뇌의 세 가지 층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셋은 서로의 적이어선 안 되고 협업해야 한다. 이 셋의 협업이 잘 이루어질수록 마차도 앞으로 더 잘 나간다. 이 셋이 서로 반목하면 마차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처음엔 검은 말이 제일 강하다. 유전적으로 가장 나이가 많은 검은 말은 무시무시한 외부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가장 원초적이며 신속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파충류에게는 마부도, 흰 말도 없으나, 검은 말 한 마리만 가지고 인간보다도 훨씬 오랫동안 이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파충류는 자기보다 작은 다른 종의 생명체가 나타나면 먹어치우고, 자기보다 작은 같은 종, 같은 성별의 파충류가 나타나면 달려들어 싸우며, 같은 종, 다른 성별의 파충류가 나타나면 교미하고, 자기보다 더 큰 같은 종, 같은 성별의 파충류가 나타나면 꽁무니를 뺀다. 이 네 가지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언가가 나타나면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과정에서 사색이나 감정이 개입될 여지는 없다.
흰 말은 검은 말보다 어리고 약하지만, 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감정은 우리가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도우며, 의사 결정의 결과를 바탕으로 기뻐하거나 슬퍼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우리가 미래에는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더 신속하게 내릴 수 있도록 학습하고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준다. 행복, 슬픔, 공포, 혐오, 분노, 놀람을 포함하는 기본적인 감정들은 모두 학습의 지름길이라고 볼 수 있다. 특정 상황에서 유발된 한 감정이 우리 안의 어떤 본능을 일깨워 특정 행동을 유도할 수도, 아니면 이 감정 자체가 곧바로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과정을 다음처럼 이해할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 때,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검은 말이 직접 나선다. 하지만 검은 말이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검은 말이 직접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흰 말이 먼저 나타난다. 흰 말이 상황을 파악하고 나면, 다시 검은 말로 돌아가 행동을 취한다.
검은 말과 흰 말은 서로를 적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감정이 메마른 "똑똑이"들이 되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사실 흰 말이 없다면 마부는 성숙해질 수 없으며, 마차는 검은 말에만 끌려다니게 될 것이다. 또한, 감정은 모든 의사 결정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조금만 찾아보더라도 감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손상을 입으면 효과적인 의사 결정이 불가능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수도 없이 만나볼 수 있다. 더욱이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데 있어서 감정만큼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것도 결국엔 이 감정 때문이며, 동시에 인간의 감정 기관이 이만큼 진화한 것도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인간의 갈망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평정을 유지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할 수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흰 말, 검은 말, 마부의 생각을 모두 거친 후 최종 결정을 내린다.
다시 말해, 흰말과 검은 말과 마부 모두가 상황 파악을 마치기 전까지는 아무런 행동도 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치명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으로 마차 전체의 성능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검은 말과 흰 말이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경우 마부가 이를 재빨리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또한, 마부는 흰 말, 검은 말과 끊임없이 소통함으로써, 흰 말을 제대로 통제하고, 검은 말이 정확한 직관을 새로 발달시키도록 할 수 있다.
마부는 셋 중 가장 약하게 태어났으나, 평정을 유지함으로써 흰 말과 검은 말의 참여를 유도하고, 경험을 쌓고,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마부가 계속 성장하면, 흰 말과 검은 말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전보다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직관을 믿으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하는데, 이때 우리는 나의 검은 말이 전문가의 검은 말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전문가는 자신의 직관을 믿어도 되겠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내 적립식 투자 실천 그룹의 회원들은 이 마술 같은 과정을 모두 경험했다.
적립식 투자를 시작하기 전까지 이들의 검은 말은 가격이 떨어지면 우루루 도망친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의 검은 말과 다를 바 없었다. 이들에겐 왜 자신이 도망가는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생각해 볼 시간도 없다. 왜냐면 이미 도망치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직관은 흰 말을 공포와 절망감으로 몰아넣고, 결국 마차는 마부가 상황 파악을 미처 제대로 하기도 전에 멀리 달아나고 만다.
독서, 강의 참여, 반복적인 토론, 성찰 끝에 적립식 투자 실천 그룹의 회원들은 놀라운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가격이 떨어지면 검은 말은 여전히 도망치고 싶어하고, 흰 말 역시 여전히 두려움에 떨지만, 마부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흰 말! 무서워하거나 실망할 필요 없어. 오히려 기뻐해야지! 상황이 우리에게 좋단 말이야. 더 싼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까." 흰 말이 자신의 첫 반응이 틀렸음을 이해하고선 자세를 다시 가다듬는다. 이제 흰 말은 가격이 떨어져도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한다. 이런 사례가 몇 번 더 축적이 되면, 이제 검은 말 역시 뭔가를 이해하고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흰 말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내가 도망칠 필요가 있겠어?" 이런 식의 성공적인 소통이 반복될 때마다 마부는 점점 더 강한 통제력을 가지기 시작하고 두 말과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게 된다.
적립식 투자 실천 그룹의 회원들도 이제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제 여러분들도 이 사실을 차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뇌엔 세 가지 층위가 있다: 마부, 흰 말, 그리고 검은 말
이 세 층위는 서로 반목할 것이 아니라 화합해야 한다. 마부는 검은 말, 흰 말과 끊임없이 소통함으로써 이들이 정확한 직관과 감정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이 마차 전체, 곧 온전한 나 자신이 최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을 항상 기억하라.
자신과 친구가 될 것, 그리고 자신에게 충분히 관대할 것.
"우리 셋이서 이 상황을 어떻게 잘 해쳐 나가보자"라는 말 한 마디만으로도 마부와 흰 말과 검은 말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차, 곧 우리의 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가만히 있어 보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취하기 전에 일단 5분을 기다리고 보는 전략은 언제나 옳다. 비웃지 마시라. 이 단순한 전략만으로도 거래 시장에서의 여러분들의 감마는 크게 줄어들 테니까.
4.3 장기적 교육과 거울 효과
아래는 교육에 대한 비유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유이다.
교육이란 안경과 같다. 안경을 쓰든 벗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대로이지만, 안경 덕분에 우린 세상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뭔가를 배우기 전이 됐든 그 후가 됐든 세상은 그대로일 테지만, 교육이란 안경 덕분에 우린 세상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지난 수 년 사이 내겐 비유를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다. 위의 비유는 너무 오래 전에 알게 된 것이라 출처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아는 비유 중 가장 좋아하는 비유로 남아있다. 교육의 효과에 대한 비유 중에는 내가 "거울 효과"(the Mirror Effect)라고 부르는 매우 정확한 비유가 있다.
거울에 비친 세계와 거울 밖의 세계는 똑같이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좌우가 뒤바뀌어 있다.
이 비유가 이해되는가? 같은 가격 폭락이라 하더라도, 거울 바깥의 세상에선 검은 말과 흰 말은 공포에 사로잡혀 마부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하지만 거울 안의 세상에서는? 검은 말은 얌전히 있고, 흰 말은 기뻐하며, 마부는 모든 것을 잘 통제하고 있다.
거울 효과는 투자의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예컨대, 세상 모든 주식 거래소는 법적으로 다음과 같은 공고문을 육안으로 명확히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두어야 한다.
투자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뒤따릅니다! 신중히 결정하세요!
물론, 투자의 위험성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오랫동안 전설처럼 떠도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돈을 다 날려먹은 뉴턴의 이야기, 투자에 실패한 처칠의 이야기, 주식 거래에서 큰 돈을 말아먹은 몇몇 노벨 수상자들의 이야기들처럼. 우리 주변에도 주식 거래를 하다가 돈을 몽땅 날린 친구나 친척이 한 명씩은 있을 것이다.
JP 모건의 통계에 의하면, 1980년 이래로 전체 중 40%에 이르는 주식이 적어도 한 번은 70% 이상의 손실을 겪었다고 한다. 이렇게만 보면 주식 시장이 위험한 곳이라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와튼 스쿨의 제레미 시겔(Jeremy Siegel) 교수의 자료는 이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시겔은 1802년과 2012년 사이의 자료를 살피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한다. 언제가 되었든 10년의 시간을 따로 떼어서 보면 그 안에서 주식이 현금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80%*라는 것이다. 게다가, 20년이 지날 때마다 현금 대비 주식의 가치는 점점 개선됐다. 주식은 금보다도 훨씬 큰 가치를 지녀서,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자산으로 여겼다. 주식이 가장 위험한 자산이라는 사람들의 통념과는 반대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식만큼 제 역할을 해내는 자산은 없었다. 지난 210년간 주식의 수익률은 연율 환산 6.6%였다. 사람이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 여기는 현금은 그 실수익율이 마이너스 1.4%였다. 이런 자료를 보고나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어디가 가장 위험하지? 주식 시장? 아니면 주식 시장 바깥?"
이러한 "발견"을 근거로 시겔 박사는 "주식에 장기투자하라"(Stocks for the Long Run: The Definitive Guide to Financial Market Returns & Long-Term Investment Strategies)라는 이름의 책을 썼고, 2014년에 5판을 찍어낸다.
투자 시작 전 어떤 종목을 선택할지 세심하게 고민하는 데에서 적립식 투자자들의 알파가 발생한다. 투자를 시작한 순간 적립식 투자자들의 알파는 정해지는 셈이며, 따라서 앞으로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실수를 줄여 감마를 최소화하는 일뿐이다. 시겔이 전하는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이 있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맨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을 한다.
게다가 이들은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도 아주 자신감이 넘친다! 이것은 거울 효과의 또 하나의 놀라운 사례이다. 하나의 일을 두고도 사람이 두 그룹으로 나뉜다. 자신이 내린 결정이 잘못된 결정일수록, 이들은 더 절박하게 자신을 정당화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이상한 현상이 생겨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사실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거울은 사물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해하느냐 여부이다. 바로 이 거울이 거울 효과의 놀라운 사례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거울 효과의 대부분의 사례들은 사람들마다 "장기적"이란 개념을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데에서 생겨난다. 장기적이란 것이 무엇인지 개념조차 잡히지 않은 사람들이 대다수이며, 이들이 볼 줄 아는 것이라곤 고작 눈 앞의 세계일 뿐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시 말해, 절대 다수의 "마차"에서 가장 입김이 센 것은 검은 말이고, 흰 말은 검은 말을 그저 따를 뿐이며, 마부는 절대로 성장하지 않는다.
자외선을 걸러내는 선글라스처럼, 장기라는 개념과는 상관 없는 빛들을 모두 걸러내는 선글라스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면 우리는 거시적 관측 능력을 활용하지 않고 배겨낼 수 없다. 차를 몰면서 자외선이나 다른 해로운 태양광으로부터 우릴 지켜주는 편광 선글라스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동안 우리는 뙤약볕 아래에서도 사물을 더 정확하고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장기"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면, 한 때 열심히 보던 경제 뉴스가 완전히 다르게 읽히기 시작할 것이다. 평소라면 보지 못하던 것들이 보이고,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시장의 효율성을 둘러싸고 양측이 갑론을박하는 TV 토론을 보면서도, 예전 같았으면 양쪽 모두 맞는 말을 하는 것 같다며 혼란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 편광 선글라스를 쓰고 있노라면, 저렇게 입에 침 튀겨가며 서로 말다툼할 필요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다. 어떤 사실 하나가 눈에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은 대체로 효율적이며, 시간이 길어질수록 효율성은 더욱 높아진다.
- 하지만 어느 순간이든 그 순간만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시장은 극도로 비효율적이다.
이제 "시장 효율"이란 개념에 정이 붙기 시작한다. 단기적으로도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나에게 유리하다. 상대적 우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완벽하게 효율적이면 시장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다시 말해 가격과 가치가 항상 동일하면 사람들로선 거래할 이유가 없어진다. 시장이 비효율적이라는 것 자체가 시장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에서다. "장기"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한, 우리는 시장이 장기적 효율성을 드러낼 때까지 시간을 들여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장기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하고 나면, 거시적 관측이 얼마나 단순한 것인지 깨달을 것이며, 다음과 같은 사실에도 놀라게 될 것이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해결하기 쉽다. 실은 가장 어려운 문제가 가장 해결하기 쉬운 문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복잡하고 시시한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골머리를 썩인다.
2부의 3장에서 우리는 적립식 투자자들이 어떻게 투자 종목을 고르는지 살펴보았다. 적립식 투자자들은 자신을 대강 옳은 방향으로 이끌 몇 가지 단순한 선택만 내리고도 다른 투자자들에 비해 더 크고 더 확실한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선택을 내리기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 가면서 자신의 온 지적 능력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들은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수집해 보다 정확한 결론에 도달하고자 하지만, 이를 통해 성공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단 말인가? 역사는 이들의 노력이 모두 헛된 것임을 말하고 있다.
1990년대, 많은 뛰어난 재능의 중국인들이 중국을 떠났다. 이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기분은 어떨까? 이 중 많은 이들이 인생의 황금기를 놓쳤다고 느낀다. 왜냐고? 지난 30년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였으며, 이 고도 성장의 높은 파도가 모든 배들을 위로 들어올렸던 것이다. 중국에 남아 있던 조금 모자란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으며 중국을 떠난 이들은 배가 꽤나 아플 것이다. 이들로서 이것보다도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중국을 떠나지 않은 저 사람들이 실은 떠나지 않았던 게 아니라 떠나지 못했던 것이란 사실이다. 이런 일은 왜 벌어지는 걸까?
자신의 주의를 온통 현재에만 쏟아부은 나머지, 미래에서나 진가를 드러낼 요소들에는 이들이 미처 큰 신경을 기울이지 못한 것이라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투명 고릴라"(The Invisible Gorilla)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이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뉜 학생들이 공을 주고 받는 영상을 시청하면서 이 중 흰 옷을 입은 학생이 공을 패스하는 횟수를 세어야 한다.

영상 시청 후, 대다수의 피실험자가 정답(16번)을 맞췄지만, 커다란 고릴라 한 마리가 무대를 걸어 지나가면서 가슴을 두들기는 모습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피실험자 중 어떤 이들은 실험 내용에 대해 대강 들어본 적이 있는지, 정답도 맞추고 영상에 고릴라가 등장하는 것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들도 영상 속 학생들 뒤의 커튼이 빨강색에서 주황색으로 변하는 것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애초에 우리 두뇌의 작동 방식이 이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믿을 만한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대체로 온전히 현재에 집중하거나, 혹은 온전히 미래에 집중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어느 쪽이 되었든 이 둘은 거울 안과 밖에서 서로 좌우가 바뀐 두 세계를 구성한다. 물론 시겔의 연구가 말하고 있는 것은, 돈 버는 데에 있어서만큼은 온전히 미래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이런 거울 효과의 사례들은 이 책 앞의 장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 중 대부분에서, 세계를 좌우로 뒤집는 거울에 해당하는 것이 "장기"라는 개념이다.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거울 효과의 모든 사례를 공책에 한 번 옮겨 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사례를 발견할 때마다 이 목록을 계속 늘려나가 보라. 이 과정을 계속 거치다 보면, 선글라스는 점점 투명해져서 더는 선글라스가 필요 없어지는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점차 체화되어 눈이 자동적으로 이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 교육의 필요성과 그 가치가 드러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에서이다. 마부가 성숙해지고, 검은 말과 흰 말이 충분히 훈련되면 이들은 우리에게 거울 하나를 가지고 올 것이다. 그리고 이 거울을 통해 본 세상은, 겉으로는 별다를 것 없어 보여도 실은 우리가 알던 세상과는 정반대의 모습일 것이다. 사실 거울 속에 비친 세상이야말로 객관적인 현실 세계의 모습이다. 바로 여기에 투자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자기 자신과 외부 세계에 대한 100% 객관적인 이해를 가질 것. 처음에는 물론 매우 어려워 보일 수 있으나, 현재의 시각에서만 어려울 뿐이지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장기적 시각에서 본다면 오히려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닐 수 있다.
4.4 아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
아는 것과, 하는 것은 서로 별개의 것으로, 이 둘 사이의 차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초등학교 시절 글 쓰는 법을 처음 배우던 시절을 떠올려 보자.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만 잘못 쓰게 되던 단어가 적어도 하나씩은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믿는다"에서 "믿" 대신 "밋"이나 "밌"을 쓰는 경우처럼 선생님이 아무리 고쳐 줘도 꼬박꼬박 틀리는 단어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이런 실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이런 사소한 지식마저도 완전히 숙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지식은 어떻겠는가? 당연히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
아마 이런 지식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 논리일 것이다. 내가 읽은 책 중 논리와 관련된 첫 번째 책은, 현재 9판까지 발행된 "느낌을 넘어서: 비판적 사고 안내서"(Beyond Feelings: A Guide to Critical Thinking)이다. 도서관에서 '사고'와 관련한 책을 뒤져보던 어느 안개 낀 아침이었다. 이 날 나는 '비판적 사고'라는 키워드를 처음 알게 되었고, 당시 이 키워드를 가진 책 중 가장 많이 개정 출간된 느낌을 넘어서(당시에는 3판)를 선택해 읽기 시작했다. 왜 내가 이날 '사고'와 관련한 책을 찾았던 것이냐고? 그 전 날 두 사람이 열띈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두 사람 말이 모두 맞는 것처럼 느껴지던 것이 마음에 영 켕겼다! 두 사람 말이 동시에 모두 맞을 순 없는 일이었고, 따라서 이건 내 사고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 내 나이는 25살이었다.
대학교를 다니며 기본적인 논리학도 배워놨겠다, 난 스스로가 논리에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것과 거의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내 목표는 한층 더 분명해졌다. 커다란 기쁨을 느끼며 "느낌을 넘어서"를 다 읽은 나는 완전히 새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착각이었다. 아직도 빈번하게 논리적 오류를 범하는 스스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놀라울 것도 없는 게, 논리적 오류란 것은 종류와 상관 없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형태로 변주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다시 펼쳐보게 되는 책이 되었다. 거울 효과는 도처에 존재한다. 하지만 내게 엄청난 영향을 준 이런 책도 누군가의 눈에는 쓸모 없는 종이쪼가리로 비춰질 것이다.
이 책을 몇 번씩 반복해서 읽는 것으로 과연 충분했을까? 아니다. 수 년 후, 나는 뉴 오리엔탈에서 학생들에게 GMAT의 논리 파트와 글쓰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논리 훈련을 해온 것을 천만 다행이라고 느끼면서도,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골치를 썩혔다. GMAT의 문제는 보통 이런 식이다.
아래 보기(A, B, C, D, E) 중, 그것이 사실일 경우 저자의 주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것을 고르시오.
돌아보면, 내가 가장 배운 게 많은 시절은 "느낌을 넘어서"를 되풀이해서 읽던 시절과 뉴 오리엔탈에서 논리를 가르치던 시절이었다. 이 시절 동안 갈고 닦은 논리력은 내가 장기적으로 이토록 많은 부를 축적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앞서 이 책에서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인지적 편향의 종류만 해도 130가지지만, 난 이후로도 더 많은 종류가 밝혀지리라 확신한다.
적립식 투자 실천 그룹에서 나는 이러한 인지적 편향과 그 영향은 물론, 이들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는지, 가까운 사례로는 어떤 게 있는지 거듭해서 다루었다. 하지만 이런 것이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거의 누구에게나 사실이며, 나 자신도 예외는 아니다. 앞으로도 종종 난, 내가 이미 섭렵했다고 생각한 논리적 오류에 빠지고 말 것이다 .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 이토록 큰 또 다른 숨겨진 이유이 있다.
과거의 결정에는 현재의 경험이 결여되어 있다.
프로그래밍에는 "전방 참조"(forward references)라는 개념이 있다. 컴플라이어가 자꾸만 에러를 보고하게 만드는 주된 이유 중 하나이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규칙에 따라 모든 변수는 참조되기 전에 선언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방 참조는 프로그래밍에서보다 현실 세계에서 훨씬 만연해 있다. 사랑이 뭔지 모르면서 첫 연애를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전방 참조의 가장 좋은 사례일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너무 뒤늦게 거울 효과를 알아차리는 바람에 젊을서 더 열심히 일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노년이다.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하는 건 언제나 쉽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젊을서 지식을 쌓아두는 것의 진정한 중요성을 보아내지 못한다. 그들의 의사 결정은 마치 우물 안 개구리처럼, 폭넓은 경험에 뒷받침되지 못한 독립적 사고에 기반하고 있다. 사람들은 다 늙어서야 지식과 경험의 중요성을 깨닫고서는 뒤늦게 후회하곤 한다.
아래의 사실은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모든 일에 해당할 것이다.
여하 막론하고 일단 시작한 다음,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우는 게 제일이다.
사랑, 결혼, 육아, 심지어 출산까지 예외는 없다. 이러한 것들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엔 전방 참조가 없다. 학교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단계별로 배워 나간다. 학생 시절처럼 마음 편한 시절이 없다고 사람들이 하나 같이 떠드는 데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새로운 걸 배우고 과거의 내 결정이 틀린 결정임을 깨닫는 매 순간에 후회가 뒤따른다. 새 것을 배운다는 것은 결국, 조금만 일찍 발견했더라면 과거에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정보를 이제서야 새로 발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투자에서 특히 더 그렇다. 과거의 결정은 미래의 앎에 근거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후회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어쩌면 이 과정에서 모든 돈을 잃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적립식 투자의 숨은 이점이 있다.
적립식 투자자의 실천자에게는 장기적으로 배우고, 관찰하고, 실천하고, 교정할 수 있는 충분히 긴 시간이 주어진다. 최소 두 번 이상의 시장 주기라는 시간은 누구든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뛰어넘을 수 있을만큼 길다.
적립식 투자자들은 매수 말고는 다른 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일단 시작한 이상, 이들에게는 우선 타인의 실수를 관찰하며 자신의 지식을 넓혀나갈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크게 줄여나갈 수 있다. 두 번의 시장 주기가 지났을 때 쯤, 우리에겐 언제든 후회 없이 좋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만큼의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을 것이다.
장기 홀더들이 특히 관심을 가져 볼 필요가 있는 투자 현상이 있다.
실수를 저지른 시점이 빠를수록, 장기적 비용은 더 커진다. 비용은 장기적으로 누적되기 때문이다.
또한, 실수가 오래 반복될수록, 그 장기적 효과 역시 커진다. 다음 수식을 보면 이 사실이 더 분명하게 와닿을 것이다.
98%30 ≈ 54.55%
처음부터 옳은 일을 하는 적립식 투자자만큼 팔자 좋은 사람들은 없다. 이런 식으로 두 번의 시장 주기를 잘 버텨내면 적립식 투자자들로선 더 이상 저지를 실수도 없다. 실수를 범하지 과정 동안 적립식 투자자들이 꼭 해야 할 일이 두 가지 있다. 첫 째, 시장 바깥에서 돈을 버는 능력을 끊임 없이 기를 것. 둘 째, 투자에 대해 계속 배우고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꾸준히 줄여나갈 것.
4.5 능동과 수동 사이의 경계
나는 앞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 자신과 외부 세계에 대한 100% 객관적인 이해를 가질 것. 투자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숨겨져 있다.
이 말은 곧, 자기 자신과 현실 세계를 객관적으로 이해해야지만 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이 두 가지보다도 더 객관적 이해가 필요한 것이 있다. 자기 자신과 현실 세계 사이의 경계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몸은 우리 자신과 현실 세계의 경계라고 볼 수 없다. 왜냐면 우리는 우리 몸 바깥의 것들에 대해서도 능동적으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몸을 확장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는 자전거나 자동차 등의 교통수단을 활용해 우리의 두 다리를 확장시킬 수 있으며, 인터넷 기기로 두뇌를 확장시킬 수 있다. 사실 우리가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모든 도구는 우리 몸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분명 우리 몸 외부의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우린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통해 남의 신뢰와 존중을 얻을 수 있으며, 부모의 경우 그들 자신의 행동거지를 통해 아이의 모범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투자자로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자산을 홀딩함으로써 탁월한 장기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의 행동을 통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실 세계에도 경계가 있다. 이 경계 안에서 우리는 끊임 없이 정진하며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해 갈 수 있지만, 이 경계 바깥의 일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경계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개인에게 삶이란 혼돈과 고통의 연속에 불과하다.
이것의 가장 명확한 사례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다. 부모가 스스로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경계 안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부모들은 제 경계 바깥의 일, 자신이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루고자 온 신경을 쏟는다.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아이들의 뇌에는 엄청난 능력이 있어서, 부모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순간을 귀신 같이 포착해 내며, 이런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고통을 느낀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이해가 발달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의 경계를 침범할 때마다 아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대개 여기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이 고통을 느끼면, 부모는 더 큰 고통을 느끼는데, 이는 부모가 자신이 어찌할 방도가 없는 영역에 노력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멈추질 않아 결과는 점점 더 나빠지며, 결국 아이들과 부모 양쪽 모두 지쳐버리고 만다.
물론 투자의 세계에서 이런 사례는 더 흔하다. 투자자들이 기업 활동에 참여할 필요가 정말로 있을까? 때론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2차 시장의 매매자는 자신이 투자 중인 기업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쯤은 확실히 알고 있다. 사실, 기업 활동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야말로 2차 시장 투자의 가장 큰 이점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공개상장기업의 기업가들은 주주들로부터 매일같이 편지를 받는다. 주주들은 초조한 마음에 온갖 불평과 잔소리를 늘어놓기 마련이지만, 자신들이 제 경계를 벗어난 영역에 헛된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는 점은 알지 못하며, 또한 이 헛수고가 결국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 역시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들에겐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낼 수 있는 능력도, 대중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낼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이들은 많은 외부인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일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이내 알게 될 것이다. 심지어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2차 시장에 쉽사리 흔들리는 회사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수익 계산 방정식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p = δ + α - γ
방정식 좌변의 p(performance; 실적)는 우리의 최종 수익을 나타낸다. 우변의 δ(delta; 델타)는 β(beta; 베타)가 1인 시장의 수익과 일치하는 투자 종목이다. 적립식 투자자의 경우, α(alpha; 알파)는 실제로 투자를 행하기에 앞서 얼마나 사려 깊게 종목을 선택하는지에 좌우된다. 마지막으로, γ(gamma; 감마)는 실수로 인해 발생한 손실의 규모를 나타낸다.
아무것도 안하면 실수를 저지를 일도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감마는 0에 수렴하여 수익도 극대화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언제나 뭔가를 바꾸고 개선하고 싶은 충동을 항상 느끼기 마련이다. 이것은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뇌가 애초에 위험한 환경 속에서의 생존을 최우선 목적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수만 년간 생존을 위한 인간의 최고 전략은 "위험 상황에서 뭐라도 해 보는" 전략이었고, "위험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 도태되었다. 당면한 위험 상황만을 보고, 미래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않는다는 점에서 수만 년 전의 인간의 뇌와 지금 우리의 뇌는 크게 다르지 않다. 4부의 3장에서 이미 말한 것처럼, 지난 200년간의 자료를 보고도 아직까지 현금이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믿는 것이 인간이니 말이다.
하지만 MSCI World Index 펀드나 S&P 500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 중에 이 펀드에 영향을 줄만한 행동이 있을까? 세계의 발전 속도와 그 방향을 우리는 바꿀 수 없다. 한 국가, 지역, 산업의 발전 속도와 그 방향 역시 우리는 바꿀 수 없다. 한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기업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사실 자기 자신을 바꾸는 일 외에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얼마 없다. 이 사실을 일찍 깨달을수록 좋다.
대부분의 펀드가 더 큰 알파를 쫓기 위해 만들어졌다. 물론 분명한 성공 사례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이들이 순전히 운에 의해 성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렌 버핏은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운이 억세게 좋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55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나라이면서도, 개인의 재산권을 상대적으로 잘 보호해주는 안정적인 법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워렌 버핏이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가장 많이 감옥에 갇히는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어도 지금과 같은 성공을 이룰 수 있었을까?
알파를 창출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누군가 농담처럼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방 안에 주식 한 다발 던져놓고, 원숭이 한 마리를 들여보낸 후, 이 원숭이가 어떤 주식에 오줌을 지려놓을지를 가지고 펀드를 시작해도, 가장 적극적으로 관리되는 펀드의 펀드매니저의 수익률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이다. 슬프게도 이건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2016년까지 15년 동안 *95.4%*에 이르는 중형주 펀드가 S&P MidCap 400보다 실적이 낮았고, 소형주 펀드의 *93.2%*가 S&P SmallCap 600보다 실적이 낮았으며, *92.2%*의 대형주 펀드가 S&P 500보다 실적이 낮았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전세계에 걸쳐 점점 더 많은 돈이 수동적으로 관리되는 펀드로 몰려들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관리되는 펀드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 투자되었다. 돈에게 지성이 있어 자신을 더 크게 불릴 수 곳으로 스스로 흘러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돈이 어떻게 소비만 즐기는 사람의 손에서 투자하는 사람의 손으로 흘러들어가는지를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부어(Reinhold Niebuhr)의 "평온을 비는 기도"(Serenity Prayer)는 실은 이러한 경계에 대한 깊은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도는 이렇게 시작된다.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경계 분별력, 장기적 시각, 거시적 관찰, 이 세 가지를 갖추게 되면 사람의 성격이 달라진다. 나와 내 학생들 모두 같은 것을 느꼈다. 성격이 운명을 결정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성격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생애 발달의 각 단계에서 검은 말, 흰 말, 마부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 자체라고 믿는다.
예컨대, 위의 세 가지 개념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부터 내게는 분노가 많이 줄어들었다. 젊은 시절이었다면 화가 나 풀쩍 뛸 일들에 지금은 더 이상 화를 낼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대신 나는 다음과 같은 현상에 대해 숙고하기 시작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공하는가?
내가 적립식 투자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 그리고 적립식 투자를 세세히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닦기로 결심한 것 모두 위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장기적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그렇지 않았던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거시적 관측으로는 장기적으로 더 나은 실적을 안겨주는 선택을 내릴 수 있다. 경계에 대한 분별을 통해서는 괜한 헛수고와 문제들을 덜어낼 수 있다. 척박한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사회의 불공평함에 대해서도 불평을 늘어놓을 필요가 내겐 없다. 시장 역시 사회와 다를 바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꽤나 공평해 보여도, 단기적으로 쪼개어 보면 불공평한 곳이 시장이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세간의 과소평가에 오히려 마음이 점점 편해진다는 것이다. 마치 주식 시장과 같은 것이다. 고평가의 순간은 언제나 짧고, 버블로 가득해 있다. 실로 그렇지 않은가?
객관성이란 것은 정말 중요하다. 외부 세계에 대한 객관성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성, 자신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세심하게 고려할 줄 아는 객관성. 장기적으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이것보다도 더 중요하다. 이것이야말로 투자 성공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