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적립식 투자의 프로세스
우리의 최종 수익은 다음 방정식과 일치할 것이다.
p = δ + α - γ
이 방정식에서 감마(γ)의 값은 언제나 양수이다. 왜냐면 사람은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3.1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법
마이클 J. 모부신(Michael J. Mauboussin)의 책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The Success Equation: Untangling Skill and Luck in Business, Sports, and Investing)에는 다음과 같은 그림이 실려있다.

그림 맨 오른쪽의 체스와 같은 활동은 100% 실력에 의해 그 결과가 좌우된다. 체스에서 운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림 맨 왼쪽의 슬롯머신을 돌리는 활동은 100% 운에 의해 그 결과가 좌우되고, 실력과는 사실상 관련이 없다. 그림에 나타나 있는 나머지 활동들은 운과 실력이 모두 필요한 활동들이다. 이것만 보아도 대개의 경우 대박을 내려면 실력과 운 모두가 남들보다 나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림의 왼편에 있는 투자의 경우에는 실력보다는 운이 훨씬 중요하다. 숱한 유능한 사람들이 주식 시장에서 실패를 겪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에도 다양한 전략이 존재한다. 그러니 모부신의 그림 속 투자의 위치를 조금 바꿔볼 수도 있겠다. 알다시피 사려 깊게 종목을 선택한 후 장기적으로 홀딩하는 전략은 단타 거래와는 그 성향이 전적으로 다른 투자 방식이며, 그 효과를 널리 인정 받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 말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지난 수십 년 동안의 S&P 500 차트를 보여주면 된다. 적립식 투자 전략도 그 핵심에 있어서는, 사려 깊게 종목을 선택한 후 장기적으로 홀딩하는 전략을 조금 더 개선한 전략에 불과하다. 적립식 투자에는 운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으므로, 위의 그림 상에선 오른편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적립식 투자자는 오직 한 가지 행동만 한다.
바로 매수다.
적립식 투자 전략은 너무 단순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효과를 쉽게 믿지 못한다. 돈 버는 일은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고도의 비책이 없다면 돈을 벌 수 없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이들이 흔히 하는 생각이다. 우린 이런 사람들에게서 "말도 안돼. 어떻게 돈 버는 게 그렇게 쉬울 수 있겠어?"란 질문을 흔히 듣는다. 이들에게 단순한 전략과 복잡한 전략이 주어진다면 이들은 언제나 복잡한 방법을 선택한다. 복잡한 전략이 당연히 더 고급 전략일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점을 꼭 주의하라. 적립식 투자는 오직 한 가지 행동에만 집중한다는 데에 그 진정한 힘이 있다. 한 가지 행동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다른 행동을 하는 데에 수반되는 실수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감마가 0라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자는 매수만 하면 된다. 매수 외의 다른 행위는 감마를 증가시킬 뿐이라는 것을 여러분도 곧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한테 온갖 계획이 다 있다며 떠드는 사람들의 경우는 어떨까? 논리적으로 살펴보면 어디에 그들의 맹점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적립식 투자자들은 매수라는 행위에만 집중한다. 온갖 계획이 있다는 그 사람들의 경우는? 이들의 계획이라는 건 대체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팔자"는 것, 곧 적당한 타이밍에 종목을 사들여 적당한 타이밍에 이를 팔아치우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가 적당한 타이밍이냐는 것이다. 이들도 언제가 적당한 타이밍인지 정확하게 모른다. 그저 자기 생각에 지금이다 싶으면 그게 적당한 타이밍이라고 얼버무리는 것일 뿐이다.
한 발짝만 더 나아가, 단타 매매자들이 놓치고 있는 핵심 포인트를 살펴보자. 이들의 전략이 먹혀들기 위해서는 타이밍 예측이 한 번만 적중해선 부족하다. 가격이 쌀 때 종목을 사들이고, 가격이 비쌀 때 팔아치워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적중시켜야 할 타이밍은 최소 두 번인 것이다. 이 두 번의 예측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여기서 예측이 한 번이라도 빗나가면 이들의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정확한 타이밍에 종목을 사들이고, 정확한 타이밍이 이들을 잘 팔아치웠다면 물론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초월적인 존재의 도움이 없다면, 이들은 정작 사야 할 때 팔아버리고 팔아야 할 때 사버리게 될 확률 50%를 감당해야 한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자 하는) 행위 하나가 추가되는 것만으로도, 성공 확률은 100%에서 25%로 곤두박질친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자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이 자산을 처음 매수했을 때의 가격은 두 번 이상의 시장 주기가 지난 후 매도 결정을 내린 시점에서의 가격보다 항상 쌀 것이라는 점에서, 적립식 투자자들은 언제 사든 "싸게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보이는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적립식 투자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
단타 매매자라면 여기에 절대로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50%나 된다고?!" 한 발짝 물러서서 적중 확률이 80%라고 가정해 보자. 단타 매매가 성공하려면 살 때와 팔 때, 연속으로 예상을 적중시켜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80% x 80% = 64%이다. 보다시피 100%에는 한참 못 미치는 확률이다. 더군다나, 자기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라면 알겠지만 적중률 80%를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하다. 적중률 60%만 되어도 전문 트레이더 수준이니까 말이다! 적중률이 60%이면 두 번 연속으로 예상이 적중할 확률은 다시 36%로 떨어진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결국에는 자신의 결정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마는 이유이다. 가격의 단기적인 움직임이 예측 불가능한 "난보"(random walk; 亂步)의 형태를 가진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 단타성 매매의 성공 확률이 50% x 50% = 25%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야기는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여기에는 중대한 디테일 하나가 또 숨겨져 있다. 단타 매매자들은 자신들의 판단이 사후적 판단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들의 판단이 옳은지, 아닌지는 둘째 치고, "상승 추세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땐 이미 상승한 가격 중 일부를 놓친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락 추세인가보네"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땐 이미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이미 조금 보고 난 이후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위의 그림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5%의 확률로 두 번 연속 예상을 적중시킨다 하더라도, 그들이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그들의 의도한 수익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상상으로는 A시점에 매수하여 B시점에 매도하고 싶겠지만, 단기적 추세에 대한 그들의 판단은 결국에는 사후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들은 A'시점에 매수하여 B'시점에 매도할 수 밖에 없다.
사족을 붙이자면, 많은 사람들이 매료되는 모멘텀 투자도 근본적으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모든 의사 결정은 사후적인 판단에 근거할 수 밖에 없으므로, 아무리 잘 해야 실질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예상했던 것보다 작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디테일이 또 하나 존재한다. 단기적 가격의 향방에 관한 우리의 예상이 적중할 확률이 실은 50%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이다. 왜냐면 가격은 올라가거나 내려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횡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예상이 실제로 적중할 확률은 1/2이 아니고 1/3인 것이다. 결국 우리가 두 번 연속으로 가격 향방을 정확하게 예측할 확률은 1/3 x 1/3 = 11.11%에 불과하다.
더 안 좋은 소식은, 이 단타 매매자들은 거래 과정에서 투자 종목을 끊임없이 바꾼다는 사실이다. 투자 종목을 한 번 바꾸는 데에도 큰 리스크가 뒤따르는데, 단타 매매자들은 심심하면 투자 종목을 바꾸곤 한다. 투자 종목을 바꾸는 결정이 옳은 결정일 확률이 80%에 달한다 해도, 종목을 4번, 5번만 바꿔도 이 확률은 40% 아래로 떨어진다.
온갖 투자 전략을 문어발로 구사하는 이들에게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이들은 마구잡이로 투자 지침서를 읽고 각종 강의를 섭렵하고서는 마치 대단한 진리를 깨달은 것처럼 기뻐하며, 새로 배운 전략을 써먹을 기회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다른 분야에서라면 새로운 전략을 찾고 적용하려는 이런 열의가 큰 장점일 수 있겠으나, 투자라는 영역에서는 이처럼 위험한 것도 없다. 투자에 있어서 실험의 대가는 혹독하며, 숱한 투자자들이 이런 식의 행동 때문에 큰 낭패를 보았다.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의 행동에 대해 깊이 심사숙고해 본 투자자들이라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내가 내린 모든 결정이 틀린 결정이었다.
맞는 결론이다. 뭔가를 많이 할수록 당연히 실수를 할 가능성도 높아지며, 실수란 원래 자기도 모르는 사이 저지르게 되는 것들이니까. 그들이 몰랐던 것은 단타 매매 전략이 운에 크게 좌우되며 실질적으로 큰 효과도 없는 전략이라는 사실, 성공을 위해서는 두 번 연속으로 예상을 적중시켜야 한다는 사실, 사후적인 판단으로는 2/3에 달하는 잠재적 수익을 놓칠 수 밖에 없다는 사실, 마지막으로 타당한 지식이더라도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반드시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요인들 가운데 놓여 있으면, 워렌 버핏이 (수익률을 빨아 먹는) "흡혈귀"라 부르던 수수료 마저 하찮아 보이게 된다.
행동주의 경제학자 메어 스탯먼(Meir Statman)d은 19개 주식 거래소를 대상으로 실시된 스웨덴의 한 연구를 인용한 적이 있다. 여기에 따르면 단타성으로 매매하는 계좌는 평균적으로 매년 1.9%에서 4%의 손해를 입는다고 한다. 브래드 바버(Brad Barber)와 테런스 오딘(Terrance Odean)의 논문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45% 더 자주 주식을 매매하며, 연간 수익률 역시 1.4% 더 낮다고 한다. 독신 남성은 여성보다 67% 더 자주 매매하고, 수익율은 2.3% 더 낮았다. 뱅가드(Vanguard)가 실시한 연구는, 전략을 빈번히 바꿨던 계좌는 전략을 한 번도 바꾸지 않은 계좌에 비해 실적이 훨씬 저조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니엘 크로스비(Daniel Crosby)의 저서 "Behavioral Investor" 2장 참조)
위의 수치들을 근거로 보면, 단타성 매매자들의 경우 감마가 적어도 2%는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이 그냥 종목을 사서 팔지 않고 내내 홀드한다면 감마는 0에 머물 것이다. 이 2%를 절대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2%가 30년 동안 축적되면 전체 수익률의 45%를 갉아먹는 괴물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적립식 투자야말로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3.2 절대로 놓쳐선 안되는 것
1987년 10월 19일은 "검은 월요일"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다우 존스 산업평균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가 크게 폭락한다. 그 해 초부터 38%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 날에만 **22.6%**가 떨어졌고, 전에 없던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이 모습을 지켜보며 패닉 상태에 빠졌다.

홍콩에서 시작되어 전세계에 영향을 미친 검은 월요일의 대폭락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월요일이었던 1929년 10월 28일 주가 폭락을 떠올렸다. 검은 월요일로부터 20년도 더 지난 2008년 9월 29일, 부동산 버블이 무너지면서 주식 시장은 다시 한 번 대폭락을 겪으며, 이른바 2008~2009 금융 위기가 시작되었다. 이 날 역시 월요일이었다.
천국이 존재한다면 지옥도 존재한다. 달리 말해, 끔찍한 지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천국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 대폭락을 어떻게든 피했더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단순히 정말 좋은 정도였겠는가! IESE의 교수 자비에 에스트라다(Javier Estrada)의 논문 "블랙 스완, 시장 타이밍, 그리고 다우"(Black swans, market timing, and the Dow)에 따르면, 1900년에서 2006년 사이 최악의 증시 상황을 보였던 열흘을 모두 비껴간 사람은 **206%**에 달하는 수익률 증가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이 책을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미 지금쯤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이 최악의 열흘을 모두 피할 재간은 누구에게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산을 깜빡하고 비에 쫄딱 젖는 날이 살면서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듯이.
백 번 양보해서 이 최악의 열흘을 모두 피했다 하더라도, 다음의 불편한 진실이 뒤통수를 후려칠 것이다.
최고의 나날은 대체로 최악의 나날에 가깝게 붙어있다.
최악의 열흘을 모두 피했다면, 적어도 최고의 나날 중 일부 역시 "피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The Irrelevant Investor”에 수록된 있는 아래의 차트를 살펴보자. 최악의 날들에 붉은 점이, 최고의 날들에 초록색 점이 찍혀 있다.

JP 모건의 통계에 따르면 최고의 열흘 중 6일이 최악의 열흘 후 2주 안에 나타났다. 지난 10년 동안 최고의 열흘을 놓쳤다면, 이것이 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최고의 열흘을 놓쳤다면, *66%*의 수익률 손실이 일어난다. 다시 말해, 감마가 66%라는 것이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저 66%가 내 것이었을 텐데 말이다! 보다시피 최고의 열흘을 놓친다는 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아래의 차트를 보면 알겠지만, 1990년에 투자를 시작한 후 최고의 25일을 모두 놓친 경우의 수익률은 5년 만기 채권보다 못하다.

그래서,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고? 어쩌긴,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도교에서 가르치는 "무위"의 파괴력을 절대로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기실 주식 시장에서만큼 이 "무위"의 힘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도 없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좋다. 그래서 언론이 주가 폭등보다 폭락을 더 심각하게 다루며, 좋은 뉴스보다는 나쁜 뉴스를 더 선호하는 것이다. 나쁜 뉴스는 독자를 끌어들이기에도 더 좋을 뿐 아니라, 언론의 호감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에도 더 나은 효과를 보여준다. 언론이 한 개인이나 기업에 관한 좋은 뉴스를 송출하면 사람들은 그 언론과 그 개인, 기업 사이의 유착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2017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데이비드 다오를 비행기에서 끌고 나왔다는 보도(나쁜 뉴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에 주식을 가지고 있던 워렌 버핏이 2000만 달러를 잃었다는 보도(마찬가지로 나쁜 뉴스)는 급속도로 퍼져나갔지만, 워렌이 그날 하루에만 항공사 주식으로 1억 4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타성 매매자들은 별것도 아닌 일에 호들갑을 떠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관심사는 오직 당장의 가격 변동이기 때문에 이들의 감정 기복은 장기 홀더들에 비해 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온 단체 채팅창과 인터넷 게시판에 "폭락이야!"라는 절규가 울려퍼진다. 하지만 곧 이어 그만큼 가격이 다시 올라가면 방금까지 절규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온데 간데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설명할 것이다. 인간은 손해 입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는 존재라, 1달러를 잃을 때의 고통이 1달러를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훨씬 크고, 따라서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그만큼 기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 설명에 일리가 있긴 하지만, 나의 분석은 이보다는 더 현실적이다.
"폭락이야!"라고 절규하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가격 하락에 어떻게 대처할 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가격이 하락하면 이들은 공포에 휩싸여 자신의 소유 자산을 모조리 매각한다. 가격이 다시 회복되었을 쯤 이들은 이미 돈을 몽땅 잃었거나 시장에서 손을 떼었을 가능성이 크므로, 가격이 오르더라도 더 이상 기뻐할 일이 없는 것이다. 귀신 이야기에서처럼, 이들의 절규는 저세상에 속한 것이어서, 이 세상의 사람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래야 들을 수가 없다.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이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투자 전략이란 것에 대해 무지하다. 아무런 전략도 없는 이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옆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조용히 시장에서 떠나버리고 마는 핵심적인 이유는 주식 시장에는 언제나 좋은 날보다 안 좋은 날이 많기 때문이다. 좋은 날보다 안 좋은 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 시세가 점점 좋아지는 이유는, 좋은 날의 수익 총합이 안 좋은 날의 손실 총합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 사건만을 두고 의사 결정을 하는 본능적인 경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통해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거시적인 관측 능력을 익히고, 이를 장기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적립식 투자를 통한 성공은 다음 요인들에 우선적으로 근거한다.
- 사려 깊은 투자 종목 선택
- 적립식 투자 플랜의 온전한 실행
적립식 투자는 탁월한 투자 전략이다.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치명적이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을 가지고도 성공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초보 투자자의 경우 최적의 종목을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고전을 면치 못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결국 장기적으로 탁월한 수익을 올린 진정한 투자의 귀재들의 조언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이것이 알파를 최대화할 수 있는 사실 상 유일한 방법임을 이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약점은 존재한다. 이들의 무지는 이들의 선택을 끊임없이 흔드는 요인이 된다. 내 차선만 속도가 안 나오는 것 같아 계속 차선을 바꿔보지만, 실은 원래 따르던 차선이 가장 빠른 차선인 것처럼 말이다.
하는 일이라곤 매수 밖에 없는 적립식 투자자들로서는 안 좋은 날, 최악의 날을 모두 겪어내야만 한다. 하지만 정확히 이 이유에서 적립식 투자자들은 좋은 날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적립식 투자가 효과적인 이유는 이것이 현실과 100% 호응하기 때문이다.
3.3 투자는 일반적인 사업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투자가 다른 종류의 사업과는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깨닫는다. 많은 투자자들도 사업가들처럼 "비용"이란 개념을 사용하길 좋아하는데, 이들은 매일처럼 자산의 현재 가치와 "비용"을 비교하며 자신이 얻을 이득이나 수익률을 계산한다. 그리고 여기서 계산되어 나오는 값에 따라 그들의 기분도 하늘과 땅을 오간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업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수익률을 계산한다. 레스토랑의 경우, 사업 준비 비용과 하루하루 소요되는 지출이 있다. 분할 상환해야 하는 사업 준비 비용과 하루하루 소요되는 지출을 매일의 매출에서 차감하면 수익이 산출된다. 사업이 날로 번창한다면 언젠가는 새 레스토랑을 하나 더 개업할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이 누적될 것이며, 사업자는 앞으로도 사업을 계속해서 확장할 수 있으리란 꿈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를 것이다.
투자에는 사업 준비 비용이 들지 않으며, 매일 수 차례의 거래로 수수료를 발생시키지 않는 한 하루하루 소요되는 지출이 없다는 것이 투자와 일반적인 사업 사이의 차이이다.
투자에 사용하는 금액을 비용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돈을 빌려 사업하는 것은 말이 될지 몰라도,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은 분명한 실수이다. 투자를 위해 남에게서 돈을 빌리는 것은 실패를 자초하는 일이다. 사실, 투자를 위해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은 이미 실패한 사람일 확률이 높으므로, 이런 사람들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
비용이 있는 돈은 좋은 종목에 투자되더라도 실패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가장 찾기 쉬운 사례가 바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일이다. 부동산은 대체로 좋은 투자 상품이다. 이미 충분한 돈이 있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99%의 사람들이 현금으로 이렇게 큰 자산을 사들일 여유가 없다는 데 있다. 은행은 이런 사람들로부터 돈을 벌어들인다. 보통의 사람에게 부동산은 돈벌이의 기회가 결코 될 수 없다. 은행은 최고의 계리사들을 고용하여 자신들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약관을 설계한다. 사람들은 이 약관 아래에서 집 두 채 살 돈을 2~30년 동안 쏟아부은 끝에 집 한 채를 겨우 장만한다. 왜 항상 집 두 채 살 돈으로 한 채 밖에 못 사는 걸까? 이런 약관은 왜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한 것일까? 계리사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든 누군가가 대출로 집 한 채를 사면 사실 그 돈을 가져가는 것은 은행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유동성이 매우 떨어지는데, 이는 대개의 사람들이 자신이 산 집에서 직접 살아간다는 데에 일부 이유가 있다.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원히 올라갈 수는 없다. 그리고 이 가격이 붕괴하는 순간 (모기지 기간 중 한 해 동안만 25%의 가격 폭락이 발생하는 경우처럼) 부동산 투자라는 올가미에 걸려들게 되는 것이다.
2018년 블록체인 자산 시장에서의 기나긴 하락장 동안, 우울한 현상 하나가 나타났다.
진정성 있는 회사일수록 그 회사는 일찍 도산한다…
1년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1년 동안 이 진정성 넘치는 회사들에게 두 가지 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발생한다. 투기꾼들은 이미 좋은 가격에 토큰을 팔아치웠고, 스캠 프로잭트 일당들은 아무런 비용도 없이 부정한 방법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해변 어딘가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반면, 장기 홀더로서 잡다한 비용을 충당할 용도 외 토큰은 일절 매도하지 않은 회사들은 자신들의 프로젝트 성장을 위해 노력했지만 꾸준히 늘어나는 프로젝트 비용을 감당하느라 녹초가 됐다. 가격은 내리막길만 걷다가 2018년 말 결국 반토막이 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이 프로젝트 유지 운영을 위한 고정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이들은 더 많은 토큰을 팔아치워야 했다. 많은 진정성 있는 프로젝트들이 이와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일은 죽어라 했지만, 자원만 고갈되고 만 것이다.
비용이 발생하는 돈이 꼬마 귀신 같은 것이라면, 상환 기한이 있는 돈은 무시무시한 저승 사자와 같다. 1부의 4장에서 나는 이런 말을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 다음으로 위험한 직업이 바로 자본의 즉시 상환을 보장하는 펀드 매니저이다.
즉시 상환 보장이라 함은 언제든 일정량의 금액을 즉시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짓말이 아니라 이것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망자에게도 명예란 것이 있으니 여기서 사례를 일일히 소개하진 않겠지만, 시장이 극심히 요동칠 때면 언제나 가슴 아픈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적립식 투자자들에게 투자와 일반 사업 간의 차이는 더 크다. 시간은 적립식 투자에 소요되는 진짜 비용이다. 이들이 투자한 시간은 투자한 돈보다 훨씬 큰 중요도를 가진다. 앞의 장에서 우리는,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일보다 얼마나 시간을 많이 투자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는 시황이 좋은 날, 안 좋은 날을 포함하여 항상 시장 안에 머물고 있어야 한다.
더 크고 중요한 비용은 시간이다. 이 생각은 투자자의 감정과 의사 결정, 이에 따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돈만이 유일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이 비용을 만회하고 싶은" 충동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주요 비용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어차피 한 번 투자한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결론에 누구든 금새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깨달음이 "수익 창출" 충동을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해야지만 미래의 시간이 가지는 파급력을 크게 경감시킬 수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적립식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주요 비용은 두 번의 시장 주기 이상을 시장 안에 머물며 견뎌내는 그 시간이다. 전통적 주식 시장에서 이는 2~30년의 시간을 의미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이것은 5년에서 8년 사이를 의미한다. 적립식 투자자는 시장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러 있느냐가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이란 사실을, 그리고 오늘 하루 투자한 짧은 시간이 매일 조금씩 쌓여 두 번 이상의 시장 주기가 지날 때 쯤에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게 될 것이란 사실 역시 알고 있다.
기억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이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살면서 한 번쯤은 일어날 가능성을 많은 사람들이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한다.
삶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로 가득하다. 따라서 생활에 따르는 비용은 언제나 추정치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에 사용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제 수입 중 10% 정도면 충분할까요?" 하지만 퍼센티지만 생각해서는 우리는 의미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

돈을 달걀이라고 생각해 보자.
- 노른자는 일상에서 쓰는 돈이다.
- 흰자는 다양한 리스크를 대비해 저축해둔 돈이다.
- 껍질은 투자에 활용할 돈, 다시 말해, 무슨 일이 벌어지든 최소 두 번의 시장 주기가 지날 때까지 시장에 머물러 있어야 할 돈이다.
지식이 부족해서, 자신감이 없어서, 결기가 없어서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 말고도, 살면서 벌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에 소요되는 비용을 과소평가해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흰자가 이렇게 두터워야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가 하나 빠졌다거나, 친척이 지병으로 죽었다거나, 자동차 사고가 났다거나, 혹은 아이가 값비싼 실수를 저질렀다거나, 사례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은 다양한 형태와 파급력을 가지고 발생하며, 때로 이 사건으로 인해 치뤄야 하는 대가가 매우 클 수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퍼센티지 운운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0,000를 써야 할 일이 생겼는데, 수중에는 원래 있던 돈에서 90,000만 남아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할 셈인가?
일정 시간 동안 시장에 머물러 본 일이 있는 모든 투자자들은 다음과 같은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현금이 필요해 자산을 매도할 때면 언제나 가격은 하락한다.
이 이상한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하락장은 언제나 상승장보다 길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란 것은 시장 바깥에서 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암시하며, 그러니까 경제가 악화되어 가격 하락을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다른 요인이 있다면, 가격이 올라갈 땐 팔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때라면 장기 홀더들은 굳이 돈을 낭비할 충동을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가장 큰 손실은 언제나 "팔 수 밖에 없을 때" 벌어진다.
이로써 여러분들은 이미 귀가 아프도록 들었을 다음 조언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잃어도 되는 돈만 투자하라.
적립식 투자자들이 투자에 사용하는 돈은 비용도, 상환 기한도 없어야 하며, 최소 두 번의 시장 주기 동안 투자할 수 있는 돈이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에 대처하기 위한 충분한 여유 자금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고 방식의 업그레이드를 통해서만 적립식 투자자들은 0, 혹은 0에 가까운 감마를 가질 수 있다. 돈에 비용이 있다면 감마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며, 돈에 상환 기한이 있다면 감마는 무한정일 것이다. 또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이루어져있지 않다면 감마는 커지기도 커지겠지만 피하기도 힘들어질 것이다.
3.4 시장 바깥에서 끊임없이 돈을 버는 능력
적립식 투자의 핵심에는 시장 바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투자자의 능력이 있다. 적립식 투자자는 장기간에 걸쳐 끊임없이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곧 시장 바깥에서 장기적으로 끊임없이 돈을 벌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시장 바깥에서 버는 이 돈으로 일상에서의 지출은 물론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비롯되는 모든 지출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 정기적으로 벌어들이는 금액은 클수록 좋다. 사실 이 부분이야 말로 적립식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적립식 투자 자체는 "매수"라는 한 단어로 요약될 만큼 쉽지만 말이다.
같은 시간을 반복해서 팔 수 있게 되는 것은 한 사람의 개인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자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람이 평균 78살까지 산다면, 이 중 노동을 통해 팔 수 있는 시간은 10.5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면서도(28.3년) 돈을 벌면서, 동시에 9년의 여유 시간을 잘 활용하며 이 시간들을 반복해서 팔 수 있다면, 초 단위로 수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차를 모는 중이든, 옷을 갈아입고 있든,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중이든, 매 순간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일반적인 경우보다 세 배는 더 많은 시간을 팔아 돈을 벌 수도 있을 뿐더러 같은 시간을 되풀이해서 팔 수도 있으니, 그 차이란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업그레이드에 실패한다. 사실 이 업그레이드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온라인 강의를 뛰고 책을 쓰는 일을 제외하고는, 나조차도 별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화 시대에 발 맞게,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하나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적인 방법에는 언제나 경쟁자들이 바글바글할 거란 걸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1등이 될 순 없더라도, 2등이라고 나쁠 건 없다. 다시 말해, 조금 더 쉬운 길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영업이다. 왜냐면 영업은 그 핵심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사들여 반복해서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영업을 뛰는 사람들이 대체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보다 수입이 많은 궁극적인 이유이다. 그들은 자신의 시간을 직접 쪼개서 멋진 제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다시 말해 자신의 시간을 한 번씩 밖에 팔지 못하지만, 남이 만든 제품을 사서 반복적으로 팔 수는 있다. 잠에 곯아떨어져 있는 와중에도 자신을 위해 대신 영업을 뛰어주는 인터넷이란 도구의 도움으로 말이다.
세심히 관찰하면 모두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회사에서든 영업 부서의 연봉은 언제나 높다.
영업이 가지는 중요성 외에도 이러한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숨겨진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영업은 수량화하기 가장 쉬운 노동 형태이며, 따라서 영업사원들은 대체로 자신의 실적을 바탕으로 급여를 받는다.
영업에서는 무엇을 팔 것인지가, 적립식 투자에서는 무엇에 투자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는 점에서 이 둘은 매우 유사하다. 팔기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 그리고 판매가 확정되기까지 끊임 없는 의사소통이 필요한 상품일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실적이 좋은 영업사원일수록 그들이 취급하는 상품은 주로 부동산, 주식, 강의, 혹은 보험 상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첫째, 이 상품들은 모두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며, 둘째 이들이 판매가 확정되기까지 끊임 없는 의사소통이 필요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영업 기술은 영업 사원만이 갈고 닦아야 할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영업의 핵심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스킬이 놓여있다. 바로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이다. 영업 성공 사례 배후에는 거의 예외 없이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전제되어 있다. 어린이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비밀을 선생님한테 말하지 말아 달라고 친구를 설득하는 일 역시 영업이다. 성인에게 있어서, 맘에 드는 상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 역시 영업이다. 승진 협상, 연봉 협상도 마찬가지이다. 영업 기술은 모두에게 필요한 궁극의 스킬이다.
내 대학 졸업 직후 첫 직장 역시 영업직이었다. 이후로 내가 몸 담았던 모든 직업은 그 핵심에 영업 정신이 있었다. 예컨대 선생님 역시 궁극적으론 영업직이다. 학생들이 날 좋아하지 않는다면, 내 말이 백 번 맞아도 학생들은 내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을 것이다. 책을 쓰거나 내는 일 역시 영업이다. 제목에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면 독자들은 내 책을 외면할 것이다. 엔젤 투자자로서 내가 투자하는 돈과 다른 엔젤 투자자가 투자하는 돈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없다. 그렇다면 왜 기업가들이 다른 사람의 돈이 아니라 내 돈을 가져가야 하냐고? 왜냐면 내가 영업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영업의 핵심에는 무엇이 있을까? 신뢰가 있다.
영업과 사기를 절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영업과 사기를 동급에 두는 사람들은 주로 장기적 사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사기를 쳐서 단기적 신뢰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 신뢰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쌓아올려야만 형성된다. 신뢰는 무너지기 쉽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단 한 번의 경솔한 행동이 오랜 시간 쌓은 신뢰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이쯤에서 워렌 버핏의 말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20년 동안 쌓아온 명성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이를 염두에 두고 있으면, 행동거지가 달라질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당신으로부터 집, 자동차, 강의, 혹은 보험 상품을 사고 싶어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 상품 자체가 살만한 가치가 있느냐와 더불어 구입자가 당신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느냐에 영업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핵심을 보자면 신뢰는 상품 자체보다 더 큰 중요성을 가진다. 양자 간 신뢰가 없다면 그 사이에서 이루어질 거래란 없다. 하지만 신뢰란 것이 워낙 중요하다보니 탁월한 영업사원일수록 나쁜 상품을 팔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이렇게 묻곤 한다. 나라면 이걸 살까? 내가 이걸 가족에게, 오랜 친구에게 이걸 권할 수 있을까? 장기적 관점으로 세상을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은 이를 쉽게 믿지 못하고, 되려 내가 착한 척이나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탁월한 실적을 내는 영업 사원이라면 이 질문들을 진지하게 숙고하고, 이를 통해 큰 이득을 본다.
영업 능력은 삶의 모든 방면에서 쓸모 있는 중요한 능력이니 꼭 갈고 닦아야 한다. 게다가, 훌륭한 영업가가 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영업 능력을 갈고 닦는 일이야 말로 개인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영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니 한 발 물러서서 영업 외에 할 만한 게 어떤 게 있는지 찾아보자. 협업 능력을 기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협업이란 개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좀처럼 드물다보니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게 나을 수 있겠다. 협업성(Cooperability), 다시 말해 타인과의 협업 능력을 기르는 것 역시 개인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은 요소이다.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협업성"을 기르는 데에는 탄탄한 의사소통 능력과 신용은 물론, 특정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숙련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족한 자신의 협업성을 유별난 성격, 오늘따라 안 좋은 기분 탓으로 돌리곤 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 자기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사실만이 협업성 부족의 유일한 이유이다. 유별난 성격, 꿀꿀한 기분은 협업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자기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낼 수만 있다면 기분과는 상관 없이 상대방 역시 자신이 맡은 일에 집중할 것이다. 협업이 시작되는 것은 바로 이 때부터이다.
또한, 상대의 협업을 이끌어내려면 내겐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 상대가 나와의 협업을 꺼리는 가장 개연성 있는 이유는 상대가 내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고, 또 상대를 나와의 협업 관계로 유인하는 특별한 기술이 내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특별한 기술이 없다는 걸 서른 살 전까지 깨닫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은 퍽 슬픈 사실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명백한 답은 "정직함"일 것이다. 기술이 없는 사람은 대체로 정직하지 못한 위장술로 어려운 상황을 모면할 뿐이다. 또한 이들은 스스로에게도 정직하지 못하며, 때로는 자기 자신을 속이기 위해 위장술을 쓰기도 한다. 그들은 배움에 있어서도 정직하지 못하고, 배움의 쓸모를 믿지도 않으므로, 그들은 학습 과정에서 디테일은 모두 놓치고 텅 빈 머리로 떠나기 마련이다. 이 모든 것들은 더 심각한 하자로 직결된다. 이들은 당장의 기회와 손익 계산에만 온 정신이 팔려 장기적 관점에서 사물을 거시적으로 관측하는 법을 영영 배우지 못하게 된다.
협업성을 기르는 또 다른 방법은 불평하지 않는 것이다. 최고의 협업자들은 절대로 불평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불평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협업성이 형편없는 사람들은 불평을 입에 달고 산다. 주변 환경에 대해 불평하고, 파트너의 수준에 대해 불평하고, 자기 팔자에 대해 불평하고, 형평성에 대해 불평하고, 가족들이 응원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의식적으로든 아니든, 이들은 불평을 통해 어떤 자명한 사실 하나를 숨기는 습관을 형성한다. 바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충분히 잘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뭔가에 불평할 에너지를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하는 데에 쏟는다면 협업성은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다.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거래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든 원칙은 삶의 각 단계에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되돌아 보건대, 내게 주어졌던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내가 사용한 전략들은 결국, 이 책 1부와 2부에서 설명한 투자 종목을 선택하는 데 사용한 전략과 동일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장소로 찾아가라는 원칙대로, 나는 작은 국경 도시를 떠나 베이징으로 향했다. 베이징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가 무엇이었냐고?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의 나는 이것을 제대로 보아내지 못했다. 기술 분야가 아니라 교육 분야를 선택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교육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던 기업인 뉴 오리엔탈(New Oriental)을 선택했다. 이후로, 나는 이 장에서 내가 말한 내용들을 충실히 따랐다. 회사에서 7년 동안, 정직하게 맡은 일을 해 내고 타인과 최선을 다해 협업했다. 나는 성격이 강하고 다혈질인 편이다. 하지만 내 영업 능력, 강의 능력, 저술 능력을 열심히 갈고 닦았다. 내가 회사를 떠났을 쯤, 나는 이미 내 개인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하고 난 후였고, 내 시간을 반복해서 파는 능력도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달걀의 흰자가 충분히 커졌구나 싶었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적립식 투자자로서 시장 안에서의 내 모든 성공에 비밀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시장 바깥에서도 열심히, 정직하게 일했다는 사실에 있다.
3.5 적립식 투자의 단계
그 어떤 투자자도 피해갈 수 없는 저주가 하나 있다.
내가 사자마자 가격이 내려갔어…
이건 단순한 농담도, 그저 운이 나쁜 것도 아니다. 왜 사자마자 가격이 내려갔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외부자가 시장에 이끌려 들어왔을 때쯤이면 상승장은 거의 끝나고 난 이후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올라가는 걸 보고 시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십중팔구다보니, "사자마자 가격이 내려가는" 저주에 모두가 걸려들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적립식 투자든 아니든, 처음 시장에 진입하면 누구나 기나긴 하락장을 직면하게 된다.
나는 제품 설명서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으면, 이 선물만큼 날 기쁘게 만드는 것이 여기에 딸려 오는 제품 설명서다. 제품 설명서는 우리에게 해당 제품의 새로운 기능과 새로운 이용 방법을 가르쳐준다. 한 제품의 이용법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에서 오는 기쁨은 정말 크다.
그러나 아쉽게도 투자에는 이러한 설명서가 없다. 사실 살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중요한 일들에는 거의 설명서가 없다. 결혼한다고 누가 우리에게 결혼 설명서 한 권을 쥐어주는 일도 없다. 아이가 생겼다고 육아 설명서를 받는 일도 없다. 우리 부모님 역시 설명서를 보면서 우릴 키운 것도 아니다. 우리가 다 자라 성인이 되고 나면 부모님들도 우리와 별 반 다를 것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나 부모님이나 인생 설명서를 읽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말을 한다는 점에서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 따라서 우리는 완전히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읽는 법을 깨우치는 일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법"을 깨우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법을 아는 우리 중 대다수가 왜 거인의 뒷꿈치에서나 서성이고 있는 것일까? 이 책 2부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최고의 전략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를 포기한다는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한다. 독립적인 사고는 때로 유익하나, 대체로는 무익하다. 왜냐하면 독립적인 사고 방식이란 것 자체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사고는 오직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뒷받침 되었을 때만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든 어린 시절에는 경험도, 지식도 부족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경험과 지식 없이, 독립적 사고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일은 성인들에게 특히나 더 어렵다. 왜냐면 성인일수록 오랜 시간 독립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기 위해 더 분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태 온 길을 돌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이 경우에도 방법이 하나 있다.
독립적인 사고를 해도 좋다. 하지만 그 실천은 종이 위에서만 하라. 말인 즉슨, 공책에다가 자신의 독립적인 사고의 내용을 기록하라는 것이다. 실제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오직 최고의 전략을 맹목적으로 쫓을 때이다.
다른 분야에서라면 상관 없지만, 투자에서만큼은 이 말을 꼭 따라야 한다! 투자는 실험과 실수가 너그럽게 용납되는 분야가 아니며, 실수를 할 때마다 아까운 제 돈과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 셈이니 말이다. 여러분들은 검증도 된 바 없고 어리석은 새로운 투자 전략을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서 실험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방법은 또 다른 방법 하나와 조합했을 때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타인의 의사 결정 과정과 그 결과를 세심히 지켜보고, 그들의 실수로부터 자신이 얻은 교훈과 경험을 종이에 적으라.
타인의 실수를 지켜보고, 그들이 자신의 실수 때문에 치룬 금전적 비용과 금쪽 같은 시간을 한 번 보라. 남의 인생을 컨닝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넓히는 데 이것처럼 좋은 방법이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일거리 중 하나는, 온라인 게시판과 단체 채팅방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을 읽는 것이다. 나는 그 내용을 기록하고 주기적으로 이를 다시 살펴 본다. 이 일은 내 개인의 성장에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일이다.
시황이 좋지 않을 때 시장에 진입하게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과 더불어, 하락장은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다. 우리는 큰 손실에 직면하면 뭔가를 바꾸고 싶은 강한 욕망에 사로잡힌다. 인간의 정신은 기본적으로 투자를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생존 경쟁을 위해 수백 만 년에 걸쳐 설계된 것이다. 그러니 이 단계에서 우리가 이 욕망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20년 전 두 명의 영국 여인 사이에서 생긴 한 분쟁이 2017년에 들어서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발레리 비비안(Valerie Vivian)은 자신의 땅에 새 건물을 짓고 싶어 했고, 베티 켈리(Betty Kelley)와 그녀의 가족은 이웃을 규합해 이런 발레리를 막고자 하였다. 베티 측은 발레리가 지을 새 건물이 자신들의 조망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정으로까지 분쟁이 이어진 끝에, 결국 비비안은 신축 허가를 얻어내지 못한다.

법원으로부터 돌아온 후 비비안은 어떻게 했을까? 그녀는 은밀히 자신의 집과 베티의 집 경계에 묘목을 한 줄로 심기 시작했다. 5년 후, 이 묘목들은 작은 나무들로 자라났다. 15년 후, 비비안이 굳이 잘 자라는 종류로만 골라온 이 나무들은 20~30미터 길이의 나무로 자라났다! 위의 사진은 비비안이 첫 판결 이후 20년 만에 득의만만한 미소로 법정을 나서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비비안은 어떻게 승소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최종 승소는 사실 20년 전에 정해진 일이었고, 켈리 가문은 자신들이 완패했음을 깨닫는 데 20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반면 지난 20년 동안 매일, 자신이 결국엔 이기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비비안은 분명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일기예보는 틀리기 일쑤지만, 꼭 벌어질 것이라 우리가 100% 확신할 수 있는 사건도 있다. 심은 나무는 어떻게든 자라나는 것처럼 말이다. 적립식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적립식 투자자는 나무를 심듯 투자를 한다. 45년 동안은 별다른 결과물을 볼 수 없겠지만, 2030년(혹은 두 번의 시장 주기)이 지나고 나면 이들이 뿌린 씨는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 있을 것이다.
긴 슬럼프가 지나고 나면 새로운 단계가 시작된다. 바로 첫 수확이다.
이 단계는 매우 짧지만, 제대로 통과해내기가 가장 어려운 단계이다. 처음엔, 주변 세상이 더 시끄러워졌다는 걸 느낄 것이다. 이런 외부적 방해 요인 외에도, 온갖 망상에 시달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가장 흔한 망상 중 하나는 자신이 더 똑똑해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가격이 올라가면 자신이 지적 능력도 덩달아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억양은 더 날카로워지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말에 수긍하기 시작한다. 자신감은 차오르다 못해 넘치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의 자신감은 해로울 게 없다. 하지만 자신감이 너무 크면 IQ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자신감이 급기야 자만심으로 변질되는 순간부터는 IQ가 0 이하로 내려가 바보 같은 실수들을 저지르기 시작할 것이다. 씀씀이가 헤퍼지리란 것 역시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바보 같은 실수는 지금까지 해온 장기적 투자를 포기하는 일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다음 시장 주기까지만 더 버틴다면 투자를 포기한 현재 시점보다 훨씬 더 고평가될 자산을 까맣게 잊음으로써, 당신은 미래의 장기 투자 역시 포기하게 될 것이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섬 하나를 살 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사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 때 허공에 날리는 1000달러는 실제로 1만 달러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이 정도의 무식함이라면 앞으로 1천 년을 고되게 일해도 만져볼 수 없을 만큼의 미래 소득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무식함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의 어마어마한 무식함이 있다. 이 단계에 이른 몇몇은 자신의 야망에 눈이 멀어 더 크나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미친 사람처럼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들의 의도는 지극히 멀쩡하다. 더 높은 경지의 투자 고수가 되고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멀쩡한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것을 뒷받침해 줄 지성과 지식이 제자리 걸음이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결국 이들은 "잔재주"를 부리다 순전히 "운"으로 번 돈을 결국 모두 잃고 만다.
하우스 머니 효과(House Money Effect)라는 심리적 현상은 여기에서 촉매 역할을 한다. 카지노에서 갬블러들은 자신의 딴 돈을 실제 돈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이를 경솔하게 날려먹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들이 카지노에 들고 온 돈만을 진짜로 자기 돈이라 생각하고, 딴 돈은 자기 돈이라 생각하지 않아 이를 펑펑 쓰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가끔 이들 중에는 이 돈을 다 써버려야 할 돈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야망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은 이 돈을 흥청망청 써버릴 것이며, 야망이 있는 일부는 이 돈으로 무책임한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이 단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힘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다. 이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조차도 기술이 필요하다! 장기적 매수 외에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온 적립식 투자자들에게 이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여러분들도 이런 능력을 오랫동안 갈고 닦아왔기를 바란다. 또한 적립식 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한 할 일이 있다. 바로 시장 바깥에서 돈을 버는 일이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오히려 시장 바깥에서 돈을 버는 능력을 더 키운다면, 노동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닦을 수 있음은 물론, 헛된 망상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 사람이 시장 바깥에서 돈을 버는 능력을 보면 그가 정말로 성장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시장 바깥에서는 트렌드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 안에서는 선택한 투자 종목을 바탕으로 경쟁하고, 시장 바깥에서는 실력을 바탕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이 짧은 두 번째 단계를 거치고 나면 이제 가장 버티기 힘든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바로 두 번째 하락장이다. 1달러를 버는 기쁨보다 1달러를 잃는 아픔이 훨씬 큰 법이며, 우리 모두가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처럼 이 단계 역시 마찬가지로 매우 길다. 어쩌면 첫 단계보다 길 수도 있다. 왜냐하면 첫 단계의 하락장의 경우, 반짝 가격이 오르는 순간에 시장에 들어온 것일 수 있지만, 두 번째 하락장은 얄짤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경험하는 손실은 첫 단계에서 경험한 것과는 다를 것이다. 손실의 절대값이 기본적으로 훨씬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실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상상력도 겉잡을 수 없이 자라나는데, 이 때 머릿속엔 이런 생각만 떠오르를 것이다.
내가 그때 그걸 그렇게 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예를 들어 "내가 지난 1월에 모든 걸 다 팔아버렸으면 지금보다 세 배는 큰 집에서 살 수 있었을 텐데!"라거나, "지난 달에 죄다 팔았더라면 지금처럼 마누라 잔소리 들을 일은 없었을 텐데!" 같은 생각 말이다... 더 고약한 건, 주변 온 천지의 사람들이 비교 대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 사람은 일찍 손 털고 나온 모양이야!"
이런 문제들은 사실 관점만 바꾸면 마음이 훨씬 편해질 수 있는 문제다. 작은 강에서 출발한 배가 큰 강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다. 여러분은 이미 작은 강에서 겪은 것과 동일한 경험을 큰 강에서 겪게 될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큰 강은 작은 강보다 파도가 조금 (혹은 많이) 높다는 것 뿐이다. 작은 강에서와 마찬가지로 큰 강에서도 멀미가 일어날 것이며, 토악질 몇 번 치르고 나면 이 멀미도 작은 강에서처럼 익숙해질 것이다. 다만 끊임 없이 되새김질 해야할 생각이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끝내 대양에 닿으리란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물론 대양의 파도는 지금보다도 높을 테지만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말 일이다.
이 단계에서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해야 한다.
죽기 전까지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모든 끝은 시작이라는 생각은 꾸준히 장기적으로 성장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지니고 있어야 할 생각이다. 뉴 오리엔탈에서 7년 간(2000~2007) 일하는 사이, 회사는 2006년 뉴욕 주식 거래소(NYSE:EDU)에 공개 상장된다. 이 과정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흔한 현상을 목격했다. 회사가 상장되자마자, 끝을 그저 끝으로만 보는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빨리 주식을 현금화한 후 손을 털어버린 것이다. 이어서 무슨 일이 벌어졌냐고?

배당금을 제외하고, 지난 13년간 뉴 오리엔탈 주주들의 연간 복합 수익율은 26.2%를 달성하였다! 회사가 상장된 후 주식을 바로 팔아버린 이들은 이 어디서도 찾기 힘들 이 수익율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물론 뉴 오리엔탈의 지난 13년간 주가는 요동치고 심지어 "붕괴"했던 적 역시 몇 번 있었으나, 같은 기간 워렌 버핏보다도 높은 총 수익율을 달성하였다. 워렌 버핏을 이겼다고 큰 소리 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 직장 상사였던 유민홍 역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모든 끝을 시작이라 여기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지난 13년간, 그리고 그 이전의 6년이란 시간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가능한 모든 각도로 그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는 비판은 없었다.
이 단계까지 살아남았다면 이제 마지막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또 한 번의 수확의 단계이다. 이제 여러분은 대양에 들어섰다. 강보다 훨씬 거센 바람, 파도에 잠시 놀랄 수 있지만 여러분은 대체로 평온하다. 나 역시, 내 마음이 어떻게 이렇게 평온할 수 있는지 놀랐다. 하지만 이조차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도 나와 같다면, 강에 머물고 있으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겪는 것이 대양의 폭풍우인 양 호들갑 떠는 사람들을 매일 보고 있다면, 마음이 절로 평온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 마음의 평정심을 해치는 상황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내 노력의 결과가 목표에 못 미칠 때이다. 필요한만큼의 돈을 다 갖고 있지만 삶의 의미는 찾지 못했다고 상상해 보라. 끔찍하지 않겠는가? 내가 운이 좋았던 건, 달걀 흰자를 충분히 마련하기도 전에 내가 일생을 바쳐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것이다. 바로 학습과 성장이다. 나를 인터뷰했던 많은 기자들이 이런 내 말을 듣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특출난 재능을 타고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배움을 갈고 닦음으로써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에서 오는 기쁨과 행복을 여러분들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여러 해 전 내가 발견한 진리 하나가 있다.
뭔가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남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나는 가르치는 일을 좋아해서 20년 동안 이 일을 하고 있다. 시험 잘 치르는 법, 글 쓰는 법, 기업가 정신, 투자, 등등...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죽는 날까지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내가 무엇을 가르칠지는 매번 다를 수 있다. 새로 뭔가를 배우는 걸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간단한 일이다. 내 경험상,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낸 것만큼 자신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일은 없다. 내가 지금 온라인으로 가르치는 학생 수는 이미 수천 명에 이르지만, 미래에는 이보다도 더 많아질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학생들을 10분만 가르치고 나면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프로젝트는 커질수록 많은 문제가 뒤따른다. 하지만 내 경우, 이 10분 가르치기를 통해 못 고칠 문제란 없다.